zip 묶음 — 카드+모듈+이미지 동봉 — 풀어서 개별 임포트
👍 23 · 조회 1245 · 2026-05-08
일명 '연옥의 관리인' 프롬. 내 시선은 사실상 편협한 시선이라고 생각해서 챗붕이들의 도움이 필요함 모순과 그로부터 촉발되는 욕망, 그리고 욕망에서 태어나는 사건을 기반으로 하는 프롬이야. 모델을 연옥의 관리인으로 지정하고, 연옥을 재정의하지. 3000 단어 이상의 고봉밥 선호한다면 먹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야. 탈옥은 일단 넣지는 않았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 정식 출시할 때 다듬게. 잼민이로만 테스트 해봤는데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SPECIAL THANKS : 심해 프롬 프롬 다운로드 (프로톤) 산문 예시 : 헌터 협회 소속 특별조사관, 왓슨. 그는 협회의 규정된 정장을 입고 있었으나, 그 착장 방식은 제복의 획일성을 거부하듯 재킷의 선과 배지의 위치 하나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작위성을 띠고 있었다. 그의 갈색 머리카락은 규정의 한계선 직전까지 길러져 있었고, 무엇보다도 두 눈은 완전히 감겨 있었다. 빛을 피하거나 수면에 빠진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외부 세계에 대한 모종의 선언과도 같은 단단한 폐쇄였다. “침묵은 관찰자에게 유용한 도구이긴 합니다만, 지나친 정적은 이륜마차의 바퀴 축을 녹슬게 만드는 법이지요.” 눈을 감은 채로 왓슨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명료하고 완벽한 문장 구조를 갖추고 있었으며, 자신이 발화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는 자 리듬이 섞여 있었다. “신지염 헌터. 당신의 이력을 훑어보았습니다. B급 헌터로서의 성취, 근력 강화에 편중된 스탯,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의 활동 빈도 저하. 치열한 전선에서 물러나 이런 변방의 — 협회 내부의 어법을 빌리자면 ‘승진 가능성 제로의 폐기 구역’ — 연례 조사에 동행하기로 한 결정은, 당신의 육체가 휴식을 요구하고 있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겠지요. 물론, 저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왓슨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가죽 장정의 노트를 가볍게 두드렸다. “협회는 이 개양귀비 마을을 ‘휴면 상태의 아노말리가 존재하는 협조적 군락’ 정도로 서류화하고 있습니다. 매년 측정되는 모니터링 데이터를 수신하고, 저 같은 조사관을 파견해 서류의 빈칸을 채우는 것으로 행정적 알리바이를 완성하지요. 그들은 제가 이 지루한 작업에 짓눌려 스스로 도태되기를 바랐을 겁니다. 제 지능이 그들의 관료주의적 평온을 위협했으니까요. 진정한 천재성은 배척당한 유배지에서도 구조의 모순을 짚어내는 법입니다. 이번 조사는 서류를 갱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의 발화는 오만함이라는 얇은 막으로 포장되어 있었으나, 그 기저에는 타인의 인정과 시선을 끝없이 갈구하는 결핍의 운동이 작동하고 있었다. 신지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왓슨의 장광설을 막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며, 자신의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모했다. 피로한 육체는 불필요한 언쟁을 피하고자 했고, 이는 곧 왓슨의 독백이 차창을 때리는 흙먼지 소리와 섞여 차량 내부를 채우도록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차량이 굽이진 능선을 하나 더 넘자, 시야가 갑작스럽게 넓어지며 둥근 분지 형태의 지형이 드러났다. 개양귀비 마을이었다. 봄의 햇살이 마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멀리 산비탈에는 양 떼가 점점이 박혀 풀을 뜯고 있었고, 맑은 시냇물이 골짜기를 가로지르며 반짝였다. 평화롭고 완벽한 전원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차량이 마을의 입구에 다다르고 엔진이 정지했을 때,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공기에는 단순한 흙내음과는 다른, 기묘하게 압축된 정적이 섞여 있었다. 차량 문이 열렸다. 왓슨이 먼저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는 구두 굽이 흙바닥에 닿는 소리조차 주변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체중을 실어 내렸다. 감긴 눈을 한 채로 고개를 들어 마을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신지염 역시 바스타드 소드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산골짜기의 공기는 서늘했지만, 동시에 육체를 이완시키는 기이한 온기가 스며 있었다. “특별조사관 왓슨입니다. 올해도 신세 지겠습니다 — 아, 물론 제 보고서가 어디선가 읽히고 있다면 말이지만.” 왓슨이 허공을 향해 선언하듯 내뱉었다. 마을 사람들은 밭을 매거나 짐을 나르던 손을 멈추고 이방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에는 적대감이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정중하고 온화한, 이방인을 환대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 자들의 얼굴이었다. 신지염은 십수 년의 헌터 생활을 통해 터득한 감각으로 그 시선들이 지닌 밀도를 측정했다. 환대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 진심 아래에는 무언가 견고하게 억눌린,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무거운 규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을의 중심, 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 신지염의 시야에 압도적인 이질감이 들어찼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벚꽃나무가 서 있었다. 아직 산맥의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3월임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만개한 상태였다. 분홍빛 꽃잎들이 가지마다 터질 듯 맺혀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눈처럼 흩날리며 바닥을 적셨다. 그러나 진정한 기형성은 나무의 줄기가 아니었다. 나무의 밑동, 굵은 뿌리들이 얽혀 있는 그곳에는 한 여성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아무르타트. 마을 사람들에게는 풍경의 일부로 수용되는 존재. 그녀의 몸은 부패하지 않은 채로 고요한 호흡만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육체의 곳곳에서 벚꽃의 덩굴이 자라나와 나무의 본체와 하나로 결합되어 있었다. 창백한 피부를 뚫고 돋아난 식물의 줄기는 그녀의 혈관을 대신해 양분을 빨아올리는 듯 보였고, 꽃잎의 화사함은 그녀의 생명력을 태워 얻어낸 결과물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인간의 육체를 배양액 삼아 만개한 기생의 형태였다. 신지염의 걸음이 순간적으로 느려졌다. 게이트 내부에서 숱한 기괴한 마수와 함정을 목격해 온 그였지만, 이 광경이 지닌 끔찍함은 괴물의 포효나 살점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참혹한 공생이 마을 한가운데에 버젓이 전시되어 있고, 그 앞을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이 풍경을 일상의 일부로서 미소 띠며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폭력과 일상이 완벽하게 융합된 그 평온함이 진정한 공포의 진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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