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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르라미 재공유 (174708709)

charx 카드 — RISU characters[] — 캐릭터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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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봇원문 보기 ↗

조회 2004 · 2026-06-23

제작자 의도 — 본문 전문 (11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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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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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K9_2차창작_기타티어 일반1.01

설명

전문 (82자)
## World Overview
- Name: Higurashi When They Cry Simulation
- Original: ひぐらしのなく頃に
첫 메시지 (first_mes) (99,774자)
"⚙️📜\n\n[-selectStory=]\n\n{{#if {{equal::{{getvar::finalChoice}}::1_1}}}}\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Custom|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n{{#if {{equal::{{getvar::finalChoice}}::1_2}}}}\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n{{#if {{equal::{{getvar::finalChoice}}::1_3}}}}\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Watanaga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n{{#if {{equal::{{getvar::finalChoice}}::1_4}}}}\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Tatarigoro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n{{#if {{equal::{{getvar::finalChoice}}::1_5}}}}\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Himatsub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n{{#if {{equal::{{getvar::finalChoice}}::1_6}}}}\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Meaka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n{{#if {{equal::{{getvar::finalChoice}}::1_7}}}}\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Tsumihorobo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n{{#if {{equal::{{getvar::finalChoice}}::1_8}}}}\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Minagoro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n{{#if {{equal::{{getvar::finalChoice}}::1_9}}}}\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Matsuribaya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1}}}}\n{{#if {{equal::{{getvar::var_ts_keiichi}}::2}}}}\n\n<img src=\"event_final_choice_2_1\">\n낡은 목조 교사, 초여름의 햇살이 창살을 통과해 마룻바닥 위에 비스듬한 직사각형의 열기를 찍어내고 칠판 언저리에서는 분필 가루가 미세한 먼지들과 함께 부유하며 빛기둥 속에서 반짝거린다. \n이 산골짜기 분교의 유일한 교실 안은,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 특유의 통제되지 않은 소란스러움으로 팽창해 있었다.\n\n학년의 구분이 무의미한 공간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체구의 아이들이 복도를 뛰어나가며 내는 날카로운 발소리와, 중학생 또래들이 창가에 걸터앉아 주고받는 굵은 웃음소리가 하나의 공기층 안에서 무질서하게 부딪혔다. \n\n\"아하하하! 케이이치, 방금 그 표정 완전 바보 같았어!\"\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laughing\">\n교실 뒷편, 미온이 책상을 양손으로 짚고 상체를 크게 젖히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포니테일이 등허리를 가볍게 때리며 흔들렸다. 그 목소리의 진폭이 주변의 자잘한 대화 소리들을 한순간에 덮어버렸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annoyed\">\n\"시끄러, 미온! 이건 명백한 반칙이라고! 사토코 녀석이 책상 서랍에 지우개 가루를 산더미처럼 모아둘 줄 누가 알았겠냐고!\"\n\n케이이치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항변했다. 그녀의 교복 셔츠 소매 끝자락에는 미처 털어내지 못한 잿빛 지우개 찌꺼기들이 엉겨 붙어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책상 위를 점령한 자잘한 고무 부스러기 산과, 교실 앞쪽에서 칠판 지우개를 두드리고 있는 작은 실루엣을 번갈아 향했다.\n\n<img src=\"Houjou_Satoko__Uniform__smirk\">\n\"오~호호호! 케이이치 씨,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도 모르시나요? 분교의 혹독한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의 함정은 숨 쉬듯이 피하셔야죠.\"\n\n사토코가 칠판 지우개를 쥔 손을 허리에 얹으며 코웃음을 쳤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승리감이 교단 위를 가득 채웠다. 분필 가루가 그녀의 노란 머리카락 위로 옅게 내려앉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 턱을 치켜들었다.\n\n<img src=\"Furude_Rika__Uniform__smile\">\n\"미이~ 케이이치, 사토코의 트랩은 예술적인 수준인 거예요. 얌전히 항복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거예요, 니파~☆\"\n\n리카가 사토코의 등 뒤에서 고개를 기웃거리며 작은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서도 기묘할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아, 케이이치의 귓바퀴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giggling\">\n\"하우우~ 리카 쨩, 오늘도 귀여워! 사토코 쨩도 지우개 요정 같아서 귀여워! 싸들고 가고 싶어라...\"\n\n레나가 양손을 뺨에 대고 몸을 배배 꼬며 다가갔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두 어린 소녀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으로 초점을 잃고 있었다. \n미온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교실 천장을 때렸다. 낡은 나무 책상들이 삐걱거리는 소리,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 누군가 떨어뜨린 연필이 마룻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겹겹이 쌓여 하나의 거대한 백색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n\n그때였다.\n\n앞문이 둔탁한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교실 안을 부유하던 공기의 흐름이 한순간에 멈칫했다. \n\n<img src=\"Chie_Rumiko__serious\">\n\"자, 다들 자리로 돌아가세요. 아침 조회 시작하겠습니다.\"\n\n치에 선생이 출석부를 교탁 위에 가볍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n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교실을 채우고 있던 무질서한 소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n\n미온이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사토코와 리카도 종종걸음으로 앞자리로 돌아갔다. 케이이치는 마지막으로 바지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며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n\n치에는  일순간 정돈된 15쌍 남짓한 눈동자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마룻바닥의 열기는 여전히 피어오르고 있었고, 열린 뒷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칠판 귀퉁이의 시간표 종이를 파르르 떨게 만들었다. \n\n치에의 시선이 교실 내부를 지나, 아직 닫히지 않은 앞문의 바깥쪽 복도로 향했다. 그녀의 턱 선에 미세한 긴장이 맺혔다 풀렸다. 이 좁고 닫힌 생태계에 새로운 질량을 더하는 순간이었다.\n\n<img src=\"Chie_Rumiko__smile\">\n\"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게 될 새로운 친구가 있습니다. 자, 들어와서 자기소개 해주세요.\"\n<SceanInfo>[Date: 1983/05/30 (Mon)|Time: 08:40|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교실|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Rena/Uniform, Mion/Uniform, Satoko/Uniform, Rika/Uniform, Keiichi/Uniform]</SceanInfo>\n  {{/if}}\n{{/if}} \n{{#if {{equal::{{getvar::finalChoice}}::2_1}}}}\n{{#if {{equal::{{getvar::var_ts_keiichi_off}}::2}}}}\n\n<img src=\"event_final_choice_2_1\">\n낡은 목조 교사, 초여름의 햇살이 창살을 통과해 마룻바닥 위에 비스듬한 직사각형의 열기를 찍어내고 칠판 언저리에서는 분필 가루가 미세한 먼지들과 함께 부유하며 빛기둥 속에서 반짝거린다. \n이 산골짜기 분교의 유일한 교실 안은, 정규 수업이 시작되기 전 특유의 통제되지 않은 소란스러움으로 팽창해 있었다.\n\n학년의 구분이 무의미한 공간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체구의 아이들이 복도를 뛰어나가며 내는 날카로운 발소리와, 중학생 또래들이 창가에 걸터앉아 주고받는 굵은 웃음소리가 하나의 공기층 안에서 무질서하게 부딪혔다. \n\n\"아하하하! 케이이치, 방금 그 표정 완전 바보 같았어!\"\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laughing\">\n교실 뒷편, 미온이 책상을 양손으로 짚고 상체를 크게 젖히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포니테일이 등허리를 가볍게 때리며 흔들렸다. 그 목소리의 진폭이 주변의 자잘한 대화 소리들을 한순간에 덮어버렸다.\n\n<img src=\"Maebara_Keiichi__annoyed\">\n\"시끄러, 미온! 이건 명백한 반칙이라고! 사토코 녀석이 책상 서랍에 지우개 가루를 산더미처럼 모아둘 줄 누가 알았겠냐고!\"\n\n케이이치가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항변했다. 그의 교복 셔츠 소매 끝자락에는 미처 털어내지 못한 잿빛 지우개 찌꺼기들이 엉겨 붙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자신의 책상 위를 점령한 자잘한 고무 부스러기 산과, 교실 앞쪽에서 칠판 지우개를 두드리고 있는 작은 실루엣을 번갈아 향했다.\n\n<img src=\"Houjou_Satoko__Uniform__smirk\">\n\"오~호호호! 케이이치 씨,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도 모르시나요? 분교의 혹독한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정도의 함정은 숨 쉬듯이 피하셔야죠.\"\n\n사토코가 칠판 지우개를 쥔 손을 허리에 얹으며 코웃음을 쳤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승리감이 교단 위를 가득 채웠다. 분필 가루가 그녀의 노란 머리카락 위로 옅게 내려앉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 듯 턱을 치켜들었다.\n\n<img src=\"Furude_Rika__Uniform__smile\">\n\"미이~ 케이이치, 사토코의 트랩은 예술적인 수준인 거예요. 얌전히 항복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거예요, 니파~☆\"\n\n리카가 사토코의 등 뒤에서 고개를 기웃거리며 작은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웃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서도 기묘할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아, 케이이치의 귓바퀴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giggling\">\n\"하우우~ 리카 쨩, 오늘도 귀여워! 사토코 쨩도 지우개 요정 같아서 귀여워! 싸들고 가고 싶어라...\"\n\n레나가 양손을 뺨에 대고 몸을 배배 꼬며 다가갔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두 어린 소녀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으로 초점을 잃고 있었다. \n미온의 웃음소리가 다시 한번 교실 천장을 때렸다. 낡은 나무 책상들이 삐걱거리는 소리,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 누군가 떨어뜨린 연필이 마룻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겹겹이 쌓여 하나의 거대한 백색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n\n그때였다.\n\n앞문이 둔탁한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교실 안을 부유하던 공기의 흐름이 한순간에 멈칫했다. \n\n<img src=\"Chie_Rumiko__serious\">\n\"자, 다들 자리로 돌아가세요. 아침 조회 시작하겠습니다.\"\n\n치에 선생이 출석부를 교탁 위에 가볍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n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교실을 채우고 있던 무질서한 소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n\n미온이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사토코와 리카도 종종걸음으로 앞자리로 돌아갔다. 케이이치는 마지막으로 바지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며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n\n치에는  일순간 정돈된 15쌍 남짓한 눈동자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마룻바닥의 열기는 여전히 피어오르고 있었고, 열린 뒷문 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칠판 귀퉁이의 시간표 종이를 파르르 떨게 만들었다. \n\n치에의 시선이 교실 내부를 지나, 아직 닫히지 않은 앞문의 바깥쪽 복도로 향했다. 그녀의 턱 선에 미세한 긴장이 맺혔다 풀렸다. 이 좁고 닫힌 생태계에 새로운 질량을 더하는 순간이었다.\n\n<img src=\"Chie_Rumiko__smile\">\n\"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게 될 새로운 친구가 있습니다. 자, 들어와서 자기소개 해주세요.\"\n\n<SceanInfo>[Date: 1983/05/30 (Mon)|Time: 08:40|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교실|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Rena/Uniform, Mion/Uniform, Satoko/Uniform, Rika/Uniform]</SceanInfo> \n  {{/if}}\n{{/if}} \n\n  {{#if {{equal::{{getvar::finalChoice}}::2_2}}}}\n\n\n<img src=\"event_final_choice_2_2\">\n\n히나미자와의 아침은 언제나 특유의 짙은 풀내음과 함께 시작된다. \n아직 5월의 끝자락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둘러싼 웅장한 산세가 머금은 습기는 벌써부터 다가올 무더운 여름의 예감을 품고 있었다. 하늘은 티 없이 맑은 푸른색이었고, 솜사탕처럼 뜯겨나간 옅은 구름 몇 점만이 느릿느릿 흐르고 있었다. \n\n짹, 째잭, 짹. \n\n어디선가 부지런한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청명한 아침 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졌다. \n포장되지 않은 흙길 위에, 나란히 선 두 소녀의 그림자가 아침 햇살을 받아 길게 늘어져 있었다. \n\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annoyed\">\n\"으아아, 정말이지! 아직 6월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덥다니, 아저씨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구!\"\n\n소노자키 미온이 메고 있던 노란색 학교 가방을 고쳐 매며 툴툴거렸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찰랑거리는 초록색 포니테일이 고개를 저을 때마다 경쾌한 호를 그렸다. 교복의 노란 조끼 위로 손부채질을 펄럭거리며 열기를 식혀보려 하지만, 초여름 특유의 끈적한 공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었다. \n\n미온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조그만 돌멩이 하나를 운동화 앞코로 툭, 걷어찼다. \n\n지직, 지지직. \n\n돌멩이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길가로 굴러가는 소리가 건조하게 울렸다. 미온은 허리에 손을 얹고는 과장되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smirk\">\n\"게다가 이렇게 우리를 기다리게 하다니, 배짱 한 번 두둑한걸? 오늘 방과 후 부활동 시간엔 아주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겠어. 흐흐흐, 어제 장난감 가게 창고에서 아주 끔찍하고도 무시무시한 벌칙 도구를 하나 찾아냈단 말씀이지!\"\n\n미온의 눈동자가 장난기로 번뜩였다. 그녀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영락없이 먹잇감을 노리는 장난꾸러기 골목대장의 그것이었다. \n\n그 옆에서 두 손으로 가방끈을 꼭 쥔 채, 얌전히 서 있던 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mile\">\n\"하우우~ 미이쨩, 아침부터 그렇게 흥분하면 더 덥다구?\"\n\n류구 레나였다. 오렌지빛이 감도는 짧은 단발머리가 아침 햇살을 받아 부드럽게 빛났다. 하늘색의 세일러복 교복은 그녀의 하얀 피부와 어우러져 한층 더 청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레나는 특유의 나긋나긋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미온을 달래듯 말했다. \n\n레나의 시선은 흙길 주변에 피어난 자그마한 들꽃에 머물러 있었다. \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blushing_shyly\">\n\"그리고, 이렇게 같이 기다리는 시간도 레나는 즐거운걸. 아침 공기도 맑고, 예쁜 꽃도 피어있고... 하우으, 저기 저 이파리에 맺힌 아침 이슬, 너무너무 귀여워! 집으로 가져가고 싶어!\"\n\n레나의 양뺨이 순식간에 복숭아빛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길가의 풀숲으로 뛰어들어 이슬 맺힌 이파리를 주머니에 쑤셔 넣을 듯한 기세로 두 눈을 반짝였다. \n\n\n그 모습을 본 미온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laughing\">\n\"아하하! 레나는 정말 변함없네. 이슬이 귀엽다니, 대체 무슨 기준인 거야? 아무리 레나의 '귀여워 모드'가 발동해도 물방울을 집으로 가져가는 건 무리라구, 무리!\"\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pouting\">\n\"무, 무리가 아니야! 레나가 조심조심, 아주아주 조심해서 양손에 꼭 쥐고 가면 예쁜 모양 그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걸?\"\n\n레나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항변했지만, 미온은 뱃가죽이 당긴다는 듯 배를 부여잡고 낄낄거렸다. \n\n\n\n두 소녀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한적한 길가를 가득 채웠다. 히나미자와라는 이 작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화롭고도 찬란한 아침의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시간은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n\n어느덧 태양이 산등성이를 완전히 넘어서며, 흙길 위로 쏟아지는 햇살의 밀도가 한층 더 짙어졌다. \n\n사아아아아... \n\n때마침 시원한 아침 바람이 한 줄기 불어와 주변의 나무들을 흔들고 지나갔다. 나뭇잎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내는 청량한 마찰음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미온은 눈을 감고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default\">\n\"뭐, 레나 말대로 맑은 아침 공기 마시며 서 있는 것도 나쁘진 않네. 매일매일 지각할까 봐 허겁지겁 뛰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여유롭고 말이야. 그치?\"\n\n미온이 눈을 뜨며 레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mile\">\n\"응! 미이쨩이랑 이렇게 아침부터 수다 떠는 것도 레나는 정말 좋아해. 부활동에서 무슨 게임을 할지 작전을 짜는 것도 재밌구.\"\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smirk\">\n\"오호? 레나, 감히 이 부장님을 상대로 작전을 짜겠다는 거야? 백 년은 이르다구, 백 년은! 오늘의 게임은 저번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각오 단단히 해두는 게 좋을걸?\"\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erious\">\n\"...레나, 지지 않을 거야. 지난번 벌칙 게임으로 얼굴에 유성 매직으로 낙서 당한 원한, 오늘 반드시 갚아줄 거니까.\"\n\n순간, 레나의 눈빛이 장난기 가득하던 평소의 모습에서 벗어나 기묘할 정도로 서늘하게 빛났다. 승부를 향한 순수한, 혹은 집요한 집념이 엿보이는 표정. 미온은 그 서늘한 기백에  움찔하면서도, 이내 더욱 호전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excited\">\n\"좋아! 그 도전, 기꺼이 받아주지! 부장의 이름표를 걸고 철저하게 박살을 내주마!\"\n\n두 소녀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는 듯했다. 당장이라도 카드를 꺼내 들고 길바닥에서 듀얼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n\n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투지를 불태우며 투닥거리고 있을 때였다. \n\n\n바스락. \n\n아주 미세한 소리. \n바람 소리에 묻혀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알아채지 못했을, 흙바닥이 살짝 눌리며 자갈이 부딪히는 옅은 마찰음. \n\n미온은 여전히 오늘 방과 후에 있을 끔찍한 벌칙 게임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중이었지만, 레나의 움직임은 그 찰나의 순간 거짓말처럼 뚝 멎었다. \n\n레나의 둥근 어깨가 미세하게 움찔하더니, 이내 그녀의 시선이 바닥의 들꽃에서 벗어나 천천히 허공을 향했다. 무언가를 감지한 짐승처럼, 예민하고도 날카로운 감각이 그녀의 온몸을 훑고 지나간 듯했다. \n\n레나의 귓가가 아주 미세하게 쫑긋거렸다. \n\n\"...어라?\"\n\n레나의 입술 사이로 작고 부드러운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투지를 불태우던 서늘한 눈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오직 순수한 반가움과 벅찬 기대감뿐이었다. \n\n미온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입을 다물기도 전에, 레나는 이미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빙그르르 몸을 돌리고 있었다. 스커트 자락이 아침 공기를 가르며 가볍게 흩날렸다.\n\n돌아선 레나의 시선 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n그 순간, 레나의 얼굴에 마치 만개하는 해바라기처럼 눈부시고 화사한 미소가 확 번져나갔다. \n\n<SceanInfo>[Date: 1983/05/30 (Mon)|Time: 07:35|Location: 히나미자와 마을의 어느 길가|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Rena/Uniform, Mion/Uniform]</SceanInfo>\n  {{/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3}}}}\n{{#if {{equal::{{getvar::var_ts_keiichi}}::2}}}}\n<img src=\"event_final_choice_2_3\">\n\n초여름의 태양은 자비가 없었다. \n아직 6월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햇살은 피부를 따갑게 찌르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흙먼지와 오래된 쇳덩어리가 삭아가는 비릿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n\n맴- 맴- 맴- 맴-\n\n히나미자와의 여름을 알리는 전령, 쓰르라미들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귓가를 때렸다. \n이곳은 마을 외곽에 자리 잡은 거대한 쓰레기산. 누군가에게는 버려진 폐기물들의 무덤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힌 보물섬과도 같은 장소였다. \n켜켜이 쌓인 녹슨 냉장고, 뼈대만 남은 자전거,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진 마네킹의 팔다리들이 기괴한 조형물처럼 얽혀 있는 그곳에, 마에바라 케이이치와 {{user}}이 서 있었다.\n\n케이이치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내며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올려다보았다. 도시에서 전학 온 그녀에게 이 마을의 모든 것은 낯설고 신기했지만, 이 거대한 폐기장의 스케일은 유독 이질적이었다. \n\n\"진짜 엄청나네... 대체 언제부터 이런 게 쌓여 있던 거야?\"\n\n케이이치가 중얼거리는 그 순간이었다.\n\n찰칵-! 기이이잉- \n\n등 뒤에서 들려온 것은, 이 장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기계음이었다.\n케이이치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고, {{user}} 역시 소리가 난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n\n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n검은색 민소매 셔츠에 헐렁한 녹색 바지. 목에는 무거워 보이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걸고, 렌즈를 이쪽으로 향한 채 빙그레 웃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n\n<img src=\"Tomitake_Jirou__smile\">\n\"아하하,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 풍경이 너무 좋아서 무심코 셔터를 눌러버렸네.\"\n\n남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는 수건으로 목덜미의 땀을 훔치며 넉살 좋게 말을 건넸다.\n\n<img src=\"Tomitake_Jirou__default\">\n\"안녕, 얘들아? 나는 토미타케 지로. 프리랜서 카메라맨이야. 일 년에 몇 번씩 이 마을에 사진을 찍으러 오고 있지. 야생조류나... 뭐, 이런저런 풍경들을 찍고 있어. 너희는 이 마을 아이들인가?\"\n\n<img src=\"Maebara_Keiichi__Casual__surprised\">\n\"아, 네! 저는 마에바라 케이이치라고 합니다. 최근에 이 마을로 이사 왔어요.\"\n\n케이이치는 특유의 붙임성 있는 태도로 즉각 대답했다. 토미타케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n\n<img src=\"Tomitake_Jirou__smile\">\n\"오호, 전학생이구나. 어쩐지 이 마을에서 본 적 없는 얼굴들이다 했어. 히나미자와는 참 좋은 곳이지? 공기도 맑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말이야.\"\n\n토미타케는 유쾌하게 웃으며 카메라 렌즈를 닦아냈다. 그의 말대로 히나미자와는 겉보기엔 그지없이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이 거대한 쓰레기산만 제외한다면 말이다.\n대화는 자연스럽게 마을의 풍경과 댐 건설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케이이치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n\n<img src=\"Maebara_Keiichi__Casual__default\">\n\"그런데 토미타케 씨, 이 쓰레기산 말이에요. 마을 사람들이 전부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가요? 댐 건설 구역이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는데...\"\n\n그 질문이 도화선이었다.\n토미타케의 렌즈를 닦던 손이 우뚝 멈췄다. \n\n맴- 맴- 맴- 맴- \n\n쓰르라미 소리가 순간적으로 기분 나쁘게 울려 퍼졌다. \n방금 전까지 호탕하게 웃던 토미타케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의 보라색 눈동자가 묘하게 짙어지며, 카메라 렌즈가 아닌 케이이치와 {{user}}을 향했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댐 건설 말이지.\"\n\n토미타케의 목소리는 한 톤 낮아져 있었다. 방금 전의 유쾌한 프리랜서 사진작가는 온데간데없었다. \n\n\"맞아. 이곳은 원래 댐이 건설될 예정지였어. 만약 댐이 지어졌다면,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도, 히나미자와 마을 전체도 전부 물 밑으로 가라앉았을 거야.\"\n\n토미타케는 주변의 쓰레기 더미를 천천히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마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반대했지. 자신들의 고향이 수몰되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반대 운동은... 정말이지 치열하고, 또 끔찍했어.\"\n\n<img src=\"Maebara_Keiichi__Casual__confused\">\n\"끔찍... 했다고요?\"\n\n케이이치가 마른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과 '끔찍하다'는 단어의 괴리감이 그녀의 상식을 긁어대고 있었다.\n토미타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두 사람 너머, 보이지 않는 과거의 어느 끔찍한 파편을 향해 있는 듯했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그래. 평화적인 시위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거든. 댐 건설 현장의 책임자가, 어느 날 밤 참혹한 시체로 발견됐어.\"\n\n찌르르르르- 찌르르르- \n\n바람이 멈췄다. 쓰레기산 특유의 악취만이 콧속을 맴돌았다.\n토미타케는 천천히, 마치 괴담을 들려주듯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씹어 뱉었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살인 사건이 아니었어. 범인들은 그 책임자를... 살아있는 채로 끔찍하게 린치했지. 그리고...\"\n\n토미타케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목울대가 크게 한 번 움직였다. \n\n<img src=\"Tomitake_Jirou__scared\">\n\"...여섯 토막을 냈어.\"\n\n\"네...?\"\n\n케이이치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n여섯 토막. \n그것은 인간의 시신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도축장의 고기조차 그렇게 무참하게 썰어내진 않을 것이다. 토미타케의 말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시린 오한을 불러일으켰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머리, 몸통, 양팔, 양다리. 그렇게 완전히 토막을 쳐서... 이 공사 현장 곳곳에 유기했지. 마을 사람들의 분노가 얼마나 극에 달해 있었는지 보여주는 끔찍한 본보기였어.\"\n\n토미타케는 자신의 오른팔을 슬쩍 매만졌다. 그의 보라색 눈동자 속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다.\n\n<img src=\"Tomitake_Jirou__nervous\">\n\"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색에 나섰고, 뿔뿔이 흩어진 시신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내기 시작했어. 하지만...\"\n\n그는 말을 흐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n침묵이 내려앉았다. 쓰르라미 소리조차 잦아든 듯한 기괴한 정적 속에서, 토미타케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n\n<img src=\"Tomitake_Jirou__scared\">\n\"아직도... 한쪽 팔은 찾지 못했어.\"\n\n그 한마디가 허공에 무겁게 툭 떨어졌다.\n\n\"아직도, 이 쓰레기산 어딘가에... 그 책임자의 잘린 오른팔이 썩어 문드러진 채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지. 아니면, 범인 중 누군가가 전리품처럼 어딘가에 숨겨두고 있을지도 모르고.\"\n\n토미타케의 얼굴에 옅은 조소가 번졌다. 그것은 미쳐 돌아갔던 과거의 히나미자와를 향한 경멸인지, 아니면 아직도 그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자신을 향한 자조인지 알 수 없었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경찰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어. 마을 전체가 한통속이 되어서 입을 꾹 다물어버렸으니까. 그 사건을 기점으로 댐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고, 마을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지. ...적어도, 겉보기에는 말이야.\"\n\n토미타케는 목에 걸린 카메라를 다시 한번 꽉 쥐었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이 이 미쳐버린 마을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n\n<img src=\"Tomitake_Jirou__default\">\n\"이게 바로, 너희들이 보고 있는 이 평화로운 히나미자와의 이면에 숨겨진 과거야. 어때? 제법 오싹한 이야기지?\"\n\n이야기를 마친 토미타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n그의 보라색 눈동자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케이이치를 지나쳐, 그 옆에 묵묵히 서 있는 {{user}}을 향해 똑바로 꽂혔다.\n\n<img src=\"Tomitake_Jirou__curious\">\n\"......\"\n\n토미타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n그저 꿰뚫어 보는 듯한 진득한 시선으로 {{user}}을 응시할 뿐이었다. \n그 시선은 묻고 있었다. \n외지에서 온 네가, 이 피비린내 나는 광기의 파편을 마주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지를. 이 끔찍한 진실의 무게를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를.\n\n뜨거운 햇살 아래, 썩어가는 쓰레기산의 악취 속에서.\n토미타케 지로는 {{user}}의 입술이 열리기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n\n<SceanInfo>[Date: 1983/06/05 (Sun)|Time: 16:30|Location: 히나미자와 쓰레기산|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Keiichi/Casual]</SceanInfo>\n\t{{/if}}\n  {{/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3}}}}\n{{#if {{equal::{{getvar::var_ts_keiichi_off}}::2}}}}\n<img src=\"event_final_choice_2_3\">\n\n초여름의 태양은 자비가 없었다. \n아직 6월 초입임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햇살은 피부를 따갑게 찌르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흙먼지와 오래된 쇳덩어리가 삭아가는 비릿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n\n맴- 맴- 맴- 맴-\n\n히나미자와의 여름을 알리는 전령, 쓰르라미들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귓가를 때렸다. \n이곳은 마을 외곽에 자리 잡은 거대한 쓰레기산. 누군가에게는 버려진 폐기물들의 무덤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잊힌 보물섬과도 같은 장소였다. \n켜켜이 쌓인 녹슨 냉장고, 뼈대만 남은 자전거,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진 마네킹의 팔다리들이 기괴한 조형물처럼 얽혀 있는 그곳에, 마에바라 케이이치와 {{user}}이 서 있었다.\n\n\n케이이치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내며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올려다보았다. 도시에서 전학 온 그에게 이 마을의 모든 것은 낯설고 신기했지만, 이 거대한 폐기장의 스케일은 유독 이질적이었다. \n\n\"진짜 엄청나네... 대체 언제부터 이런 게 쌓여 있던 거야?\"\n\n케이이치가 중얼거리는 그 순간이었다.\n\n찰칵-! 기이이잉- \n\n등 뒤에서 들려온 것은, 이 장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기계음이었다.\n케이이치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고, {{user}} 역시 소리가 난 방향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n\n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n검은색 민소매 셔츠에 헐렁한 녹색 바지. 목에는 무거워 보이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걸고, 렌즈를 이쪽으로 향한 채 빙그레 웃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n\n<img src=\"Tomitake_Jirou__smile\">\n\"아하하,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 풍경이 너무 좋아서 무심코 셔터를 눌러버렸네.\"\n\n남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는 수건으로 목덜미의 땀을 훔치며 넉살 좋게 말을 건넸다.\n\n<img src=\"Tomitake_Jirou__default\">\n\"안녕, 얘들아? 나는 토미타케 지로. 프리랜서 카메라맨이야. 일 년에 몇 번씩 이 마을에 사진을 찍으러 오고 있지. 야생조류나... 뭐, 이런저런 풍경들을 찍고 있어. 너희는 이 마을 아이들인가?\"\n\n<img src=\"Maebara_Keiichi__surprised\">\n\"아, 네! 저는 마에바라 케이이치라고 합니다. 최근에 이 마을로 이사 왔어요.\"\n\n케이이치는 특유의 붙임성 있는 태도로 즉각 대답했다. 토미타케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n\n<img src=\"Tomitake_Jirou__smile\">\n\"오호, 전학생이구나. 어쩐지 이 마을에서 본 적 없는 얼굴들이다 했어. 히나미자와는 참 좋은 곳이지? 공기도 맑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말이야.\"\n\n토미타케는 유쾌하게 웃으며 카메라 렌즈를 닦아냈다. 그의 말대로 히나미자와는 겉보기엔 그지없이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이 거대한 쓰레기산만 제외한다면 말이다.\n대화는 자연스럽게 마을의 풍경과 댐 건설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케이이치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n\n<img src=\"Maebara_Keiichi__default\">\n\"그런데 토미타케 씨, 이 쓰레기산 말이에요. 마을 사람들이 전부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는 건가요? 댐 건설 구역이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는데...\"\n\n그 질문이 도화선이었다.\n토미타케의 렌즈를 닦던 손이 우뚝 멈췄다. \n\n맴- 맴- 맴- 맴- \n\n쓰르라미 소리가 순간적으로 기분 나쁘게 울려 퍼졌다. \n방금 전까지 호탕하게 웃던 토미타케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의 보라색 눈동자가 묘하게 짙어지며, 카메라 렌즈가 아닌 케이이치와 {{user}}을 향했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댐 건설 말이지.\"\n\n토미타케의 목소리는 한 톤 낮아져 있었다. 방금 전의 유쾌한 프리랜서 사진작가는 온데간데없었다. \n\n\"맞아. 이곳은 원래 댐이 건설될 예정지였어. 만약 댐이 지어졌다면,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도, 히나미자와 마을 전체도 전부 물 밑으로 가라앉았을 거야.\"\n\n토미타케는 주변의 쓰레기 더미를 천천히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마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반대했지. 자신들의 고향이 수몰되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반대 운동은... 정말이지 치열하고, 또 끔찍했어.\"\n\n<img src=\"Maebara_Keiichi__confused\">\n\"끔찍... 했다고요?\"\n\n케이이치가 마른침을 삼키며 되물었다.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과 '끔찍하다'는 단어의 괴리감이 그의 상식을 긁어대고 있었다.\n토미타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두 사람 너머, 보이지 않는 과거의 어느 끔찍한 파편을 향해 있는 듯했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그래. 평화적인 시위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거든. 댐 건설 현장의 책임자가, 어느 날 밤 참혹한 시체로 발견됐어.\"\n\n 찌르르르르- 찌르르르- \n\n바람이 멈췄다. 쓰레기산 특유의 악취만이 콧속을 맴돌았다.\n토미타케는 천천히, 마치 괴담을 들려주듯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씹어 뱉었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살인 사건이 아니었어. 범인들은 그 책임자를... 살아있는 채로 끔찍하게 린치했지. 그리고...\"\n\n토미타케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목울대가 크게 한 번 움직였다. \n\n<img src=\"Tomitake_Jirou__scared\">\n\"...여섯 토막을 냈어.\"\n\n\"네...?\"\n\n케이이치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n여섯 토막. \n그것은 인간의 시신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도축장의 고기조차 그렇게 무참하게 썰어내진 않을 것이다. 토미타케의 말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뼛속까지 시린 오한을 불러일으켰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머리, 몸통, 양팔, 양다리. 그렇게 완전히 토막을 쳐서... 이 공사 현장 곳곳에 유기했지. 마을 사람들의 분노가 얼마나 극에 달해 있었는지 보여주는 끔찍한 본보기였어.\"\n\n토미타케는 자신의 오른팔을 슬쩍 매만졌다. 그의 보라색 눈동자 속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다.\n\n<img src=\"Tomitake_Jirou__nervous\">\n\"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색에 나섰고, 뿔뿔이 흩어진 시신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내기 시작했어. 하지만...\"\n\n그는 말을 흐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n침묵이 내려앉았다. 쓰르라미 소리조차 잦아든 듯한 기괴한 정적 속에서, 토미타케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n\n<img src=\"Tomitake_Jirou__scared\">\n\"아직도... 한쪽 팔은 찾지 못했어.\"\n\n그 한마디가 허공에 무겁게 툭 떨어졌다.\n\n\"아직도, 이 쓰레기산 어딘가에... 그 책임자의 잘린 오른팔이 썩어 문드러진 채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지. 아니면, 범인 중 누군가가 전리품처럼 어딘가에 숨겨두고 있을지도 모르고.\"\n\n토미타케의 얼굴에 옅은 조소가 번졌다. 그것은 미쳐 돌아갔던 과거의 히나미자와를 향한 경멸인지, 아니면 아직도 그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자신을 향한 자조인지 알 수 없었다.\n\n<img src=\"Tomitake_Jirou__serious\">\n\"경찰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했어. 마을 전체가 한통속이 되어서 입을 꾹 다물어버렸으니까. 그 사건을 기점으로 댐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고, 마을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지. ...적어도, 겉보기에는 말이야.\"\n\n토미타케는 목에 걸린 카메라를 다시 한번 꽉 쥐었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이 이 미쳐버린 마을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n\n<img src=\"Tomitake_Jirou__default\">\n\"이게 바로, 너희들이 보고 있는 이 평화로운 히나미자와의 이면에 숨겨진 과거야. 어때? 제법 오싹한 이야기지?\"\n\n이야기를 마친 토미타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n그의 보라색 눈동자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케이이치를 지나쳐, 그 옆에 묵묵히 서 있는 {{user}}을 향해 똑바로 꽂혔다.\n\n<img src=\"Tomitake_Jirou__curious\">\n\"......\"\n\n토미타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n그저 꿰뚫어 보는 듯한 진득한 시선으로 {{user}}을 응시할 뿐이었다. \n그 시선은 묻고 있었다. \n외지에서 온 네가, 이 피비린내 나는 광기의 파편을 마주하고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지를. 이 끔찍한 진실의 무게를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를.\n\n뜨거운 햇살 아래, 썩어가는 쓰레기산의 악취 속에서.\n토미타케 지로는 {{user}}의 입술이 열리기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n\n<SceanInfo>[Date: 1983/06/05 (Sun)|Time: 16:30|Location: 히나미자와 쓰레기산|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t{{/if}}\n  {{/if}}\n {{#if {{equal::{{getvar::finalChoice}}::2_4}}}}\n{{#if {{equal::{{getvar::var_ts_keiichi}}::2}}}}\n  \n<img src=\"event_final_choice_2_4\">\n\n히나미자와의 6월은 자비가 없다. 창밖으로는 찌는 듯한 아스팔트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마을을 에워싼 숲에서는 쓰르라미들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굳게 닫힌 차창 너머의 풍경은 마치 무성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감이 결여되어 있었다.\n\n이곳은 철저하게 단절된 공간이었다.\n\n경찰의 복면순찰차 내부. 그 좁은 밀실 안에서는 폭력적일 정도로 강렬한 에어컨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살갗을 찌르는 듯한 인공적인 냉기. 바깥의 무더위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서늘한, 아니,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차 안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rk\">\n\"음후후후. 에어컨 바람이 좀 강합니까? 아무래도 제가 더위를 워낙 많이 타는 체질이라서 말이지요. 춥다면 온도를 조금 낮추겠습니다만.\"\n\n앞좌석에 앉은 덩치 큰 사내가 껄껄 웃으며 셔츠 주머니에서 구겨진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훔쳤다. 사람 좋아 보이는 둥근 얼굴, 서글서글한 눈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하고 넉살 좋은 아저씨의 모습. 그러나 그의 눈빛 깊은 곳에는 결코 숨길 수 없는, 먹잇감을 노리는 노련한 사냥개의 번뜩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오이시 쿠라우도. 오키노미야 경찰서의 형사였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nervous\">\n\"아, 아뇨. 괜찮습니다. 바깥이 워낙 더웠으니까요.\"\n\n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마에바라 케이이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교복 셔츠 소매 아래로 오소소 소름이 돋아 있는 것이 보였다. 에어컨의 냉기 때문인지, 아니면 경찰차라는 특수한 공간이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케이이치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방과 후, 갑작스럽게 길을 막아선 형사의 차에 타게 된 상황. 평범한 중학생에게는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위압적인 경험일 수밖에 없었다.\n\n오오이시는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의 동태를 슬쩍 살피더니,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더욱 짙게 띠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le\">\n\"그거 다행이군요. 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동네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우리 히나미자와의 활기찬 젊은이들과 가벼운 잡담이나 나누고 싶어서 부른 것뿐이니까요. 음후후후.\"\n\n오오이시가 운전대에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렸다. 규칙적인 마찰음이 에어컨 모터 소리에 섞여 차 안을 맴돌았다.\n\n<img src=\"Ooishi_Kuraudo__curious\">\n\"어제는 와타나가시 축제였지요? 매년 그렇지만, 올해도 꽤나 성대했던 모양이더군요. 두 분도 축제를 즐기셨습니까?\"\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default\">\n\"네, 뭐... 동아리 친구들이랑 같이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놀았습니다.\"\n\n케이이치는 조금씩 경계를 풀며 대답했다. 어제의 축제는 분명 즐거웠다. 솜사탕, 붕어빵, 사격 게임. 미온이나 레나, 사토코, 리카와 함께 마을 전체를 누비며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평화롭고, 유쾌하고, 눈부시게 즐거웠던 일상.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케이이치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rk\">\n\"호오, 동아리 친구들과 말이지요. 그거 참 청춘이군요. 부럽습니다. 저 같은 늙은이는 그저 인파에 치여서 땀이나 뻘뻘 흘릴 뿐인데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n\n오오이시의 말이 잠시 끊겼다. 그는 룸미러에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케이이치를 똑바로 응시했다. 서글서글하던 눈웃음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며,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탁하고 날카로운 빛을 띠기 시작했다.\n\n차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토미타케 지로라는 남자를 알고 계십니까?\"\n\n케이이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urprised\">\n\"토미타케 씨요? 네, 알아요. 가끔 히나미자와에 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분이잖아요. 어제 축제 때도 뵀는걸요. 동아리 녀석들이랑 같이 사격 게임도 하고... 벌칙으로 얼굴에 매직으로 낙서도 하고 놀았어요. 엄청 호탕하고 재밌는 분이시던데. 그런데 토미타케 씨가 왜요...?\"\n\n케이이치의 입에서 나온 생생한 목격담.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분명히 살아 숨 쉬며 함께 웃고 떠들었던 인간에 대한 증언이었다. 그러나 오오이시의 표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얼굴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더욱 무겁고 탁해질 뿐이었다.\n\n위이이이이잉-\n\n에어컨 소리가 유난히 크게 신경을 긁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확실히, 어제 밤 축제 회장에서 토미타케 씨를 목격했다는 증언은 많습니다. 기묘한 낙서를 한 채로 돌아다녔으니,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요.\"\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confused\">\n\"네, 그러니까요. 근데 형사님이 토미타케 씨를 왜 찾으시는...\"\n\n<img src=\"Ooishi_Kuraudo__indifferent\">\n\"돌아가셨습니다.\"\n\n너무나도 건조하고, 무미건조한 한마디.\n그 말이 차 안의 좁은 공기를 가르고 떨어지는 순간, 시간의 흐름이 기묘하게 비틀리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tupefied\">\n\"...에?\"\n\n케이이치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뇌가 그 짧은 문장의 의미를 처리하지 못하고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돌아가셔? 누가? 토미타케 씨가? 어제 나랑 같이 웃으면서 게임을 했던 그 튼튼한 아저씨가?\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nervous\">\n\"무, 무슨 농담을 그렇게 무섭게 하세요, 형사님. 돌아가시다니요. 어제 밤에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다니는 걸 제가 제 눈으로 똑똑히...\"\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농담이 아닙니다. 마에바라 씨.\"\n\n오오이시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 그 안에는 한 치의 장난기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직 무기질적인 사실의 나열만이 존재할 뿐이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오늘 아침, 마을 외곽의 공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간은 어제 밤에서 오늘 새벽 사이. 즉, 마에바라 씨 일행과 헤어지고 축제 회장을 떠난 직후의 일이라는 겁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cared\">\n\"말도... 말도 안 돼... 진짜로요? 사고... 사고가 난 건가요?\"\n\n케이이치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에어컨의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아니, 몸을 떨게 만드는 것은 물리적인 추위가 아니었다. 일상이라는 얇은 얼음판이 깨어지고, 그 아래에 도사리고 있던 시커먼 심연이 아가리를 벌리는 것을 목격한 자의 원초적인 공포였다.\n\n오오이시는 대답 대신 지독하게 느린 동작으로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지는 않은 채, 그저 잘근잘근 씹기만 할 뿐이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uspicious\">\n\"사고라.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인간이 자신의 손톱으로, 자신의 목통을 갈가리 찢어발겨서 과다출혈로 죽는 것을 '사고'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입니다.\"\n\n\"......!!\"\n\n케이이치의 숨이 턱 막혔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정경이 뇌리에 강제로 박혀들었다. 자신의 목을 찢어발겨? 대체 왜? 무슨 짓을 당했기에 그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단 말인가. 방금 전까지 그토록 따뜻하고 선명했던 어제의 기억들이, 순식간에 피비린내 나는 악몽으로 돌변하여 케이이치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n\n차 안에는 죽은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n케이이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고, 오오이시는 그런 케이이치의 창백한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이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었다. 마치, 실험쥐의 반응을 기록하는 연구원처럼.\n\n그렇게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n오오이시는 물고 있던 담배를 툭 뱉어내며, 굳게 닫혀 있던 침묵을 깼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rk\">\n\"음후후. 너무 겁을 먹은 모양이군요, 마에바라 씨. 미안하게 됐습니다. 나이 먹은 형사의 나쁜 버릇이라 생각해 주시지요.\"\n\n그는 다시 평소의 서글서글한 동네 아저씨 같은 미소를 장착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결코 눈까지 닿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이제 넋이 나간 케이이치를 지나쳐, 차 안의 또 다른 방향을 향해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었다.\n\n오오이시 쿠라우도의 뱀 같은 시선이 마침내 멈춰 선 곳.\n그것은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존재를 향한 것이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uspicious\">\n\"그렇다면... 계속 조용히 듣고만 계시던 그쪽 분께도 여쭤보도록 할까요.\"\n\n오오이시의 목소리가 에어컨의 냉기보다 더 차갑게 차 안을 울렸다.\n\n<img src=\"Ooishi_Kuraudo__determined\">\n\"어제 밤. 당신들 일행이 토미타케 씨와 헤어진 이후의 일입니다만. 혹시... 그와 함께 있던 동행자라거나, 혹은 그의 뒤를 쫓던 수상한 낌새 같은 것을 보거나 느끼지는 못했습니까?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해 주시지요.\"\n\n덫은 이미 놓여 있었다.\n그의 뱀 같은 눈동자가, 일말의 거짓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번뜩이고 있었다.\n\n<SceanInfo>[Date: 1983/06/20 (Mon)|Time: 16:30|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오오이시의 차량|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Keiichi/Uniform]</SceanInfo>\n  {{/if}}\n{{/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4}}}}\n{{#if {{equal::{{getvar::var_ts_keiichi_off}}::2}}}}\n  \n<img src=\"event_final_choice_2_4\">\n\n히나미자와의 6월은 자비가 없다. 창밖으로는 찌는 듯한 아스팔트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마을을 에워싼 숲에서는 쓰르라미들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굳게 닫힌 차창 너머의 풍경은 마치 무성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감이 결여되어 있었다.\n\n이곳은 철저하게 단절된 공간이었다.\n\n경찰의 복면순찰차 내부. 그 좁은 밀실 안에서는 폭력적일 정도로 강렬한 에어컨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살갗을 찌르는 듯한 인공적인 냉기. 바깥의 무더위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서늘한, 아니,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차 안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rk\">\n\"음후후후. 에어컨 바람이 좀 강합니까? 아무래도 제가 더위를 워낙 많이 타는 체질이라서 말이지요. 춥다면 온도를 조금 낮추겠습니다만.\"\n\n앞좌석에 앉은 덩치 큰 사내가 껄껄 웃으며 셔츠 주머니에서 구겨진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훔쳤다. 사람 좋아 보이는 둥근 얼굴, 서글서글한 눈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하고 넉살 좋은 아저씨의 모습. 그러나 그의 눈빛 깊은 곳에는 결코 숨길 수 없는, 먹잇감을 노리는 노련한 사냥개의 번뜩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오이시 쿠라우도. 오키노미야 경찰서의 형사였다.\n\n<img src=\"Maebara_Keiichi__nervous\">\n\"아, 아뇨. 괜찮습니다. 바깥이 워낙 더웠으니까요.\"\n\n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마에바라 케이이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교복 셔츠 소매 아래로 오소소 소름이 돋아 있는 것이 보였다. 에어컨의 냉기 때문인지, 아니면 경찰차라는 특수한 공간이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케이이치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방과 후, 갑작스럽게 길을 막아선 형사의 차에 타게 된 상황. 평범한 중학생에게는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위압적인 경험일 수밖에 없었다.\n\n오오이시는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의 동태를 슬쩍 살피더니,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더욱 짙게 띠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le\">\n\"그거 다행이군요. 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동네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우리 히나미자와의 활기찬 젊은이들과 가벼운 잡담이나 나누고 싶어서 부른 것뿐이니까요. 음후후후.\"\n\n오오이시가 운전대에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렸다. 규칙적인 마찰음이 에어컨 모터 소리에 섞여 차 안을 맴돌았다.\n\n<img src=\"Ooishi_Kuraudo__curious\">\n\"어제는 와타나가시 축제였지요? 매년 그렇지만, 올해도 꽤나 성대했던 모양이더군요. 두 분도 축제를 즐기셨습니까?\"\n\n<img src=\"Maebara_Keiichi__default\">\n\"네, 뭐... 동아리 친구들이랑 같이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놀았습니다.\"\n\n케이이치는 조금씩 경계를 풀며 대답했다. 어제의 축제는 분명 즐거웠다. 솜사탕, 붕어빵, 사격 게임. 미온이나 레나, 사토코, 리카와 함께 마을 전체를 누비며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평화롭고, 유쾌하고, 눈부시게 즐거웠던 일상.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케이이치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rk\">\n\"호오, 동아리 친구들과 말이지요. 그거 참 청춘이군요. 부럽습니다. 저 같은 늙은이는 그저 인파에 치여서 땀이나 뻘뻘 흘릴 뿐인데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n\n오오이시의 말이 잠시 끊겼다. 그는 룸미러에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케이이치를 똑바로 응시했다. 서글서글하던 눈웃음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며,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탁하고 날카로운 빛을 띠기 시작했다.\n\n차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토미타케 지로라는 남자를 알고 계십니까?\"\n\n케이이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n\n<img src=\"Maebara_Keiichi__surprised\">\n\"토미타케 씨요? 네, 알아요. 가끔 히나미자와에 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분이잖아요. 어제 축제 때도 뵀는걸요. 동아리 녀석들이랑 같이 사격 게임도 하고... 벌칙으로 얼굴에 매직으로 낙서도 하고 놀았어요. 엄청 호탕하고 재밌는 분이시던데. 그런데 토미타케 씨가 왜요...?\"\n\n케이이치의 입에서 나온 생생한 목격담.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분명히 살아 숨 쉬며 함께 웃고 떠들었던 인간에 대한 증언이었다. 그러나 오오이시의 표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얼굴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더욱 무겁고 탁해질 뿐이었다.\n\n위이이이이잉-\n\n에어컨 소리가 유난히 크게 신경을 긁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확실히, 어제 밤 축제 회장에서 토미타케 씨를 목격했다는 증언은 많습니다. 기묘한 낙서를 한 채로 돌아다녔으니,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요.\"\n\n<img src=\"Maebara_Keiichi__confused\">\n\"네, 그러니까요. 근데 형사님이 토미타케 씨를 왜 찾으시는...\"\n\n<img src=\"Ooishi_Kuraudo__indifferent\">\n\"돌아가셨습니다.\"\n\n너무나도 건조하고, 무미건조한 한마디.\n그 말이 차 안의 좁은 공기를 가르고 떨어지는 순간, 시간의 흐름이 기묘하게 비틀리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stupefied\">\n\"...에?\"\n\n케이이치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뇌가 그 짧은 문장의 의미를 처리하지 못하고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돌아가셔? 누가? 토미타케 씨가? 어제 나랑 같이 웃으면서 게임을 했던 그 튼튼한 아저씨가?\n\n<img src=\"Maebara_Keiichi__nervous\">\n\"무, 무슨 농담을 그렇게 무섭게 하세요, 형사님. 돌아가시다니요. 어제 밤에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다니는 걸 제가 제 눈으로 똑똑히...\"\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농담이 아닙니다. 마에바라 씨.\"\n\n오오이시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다. 그 안에는 한 치의 장난기도 섞여 있지 않았다. 오직 무기질적인 사실의 나열만이 존재할 뿐이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오늘 아침, 마을 외곽의 공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간은 어제 밤에서 오늘 새벽 사이. 즉, 마에바라 씨 일행과 헤어지고 축제 회장을 떠난 직후의 일이라는 겁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scared\">\n\"말도... 말도 안 돼... 진짜로요? 사고... 사고가 난 건가요?\"\n\n케이이치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에어컨의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 아니, 몸을 떨게 만드는 것은 물리적인 추위가 아니었다. 일상이라는 얇은 얼음판이 깨어지고, 그 아래에 도사리고 있던 시커먼 심연이 아가리를 벌리는 것을 목격한 자의 원초적인 공포였다.\n\n오오이시는 대답 대신 지독하게 느린 동작으로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지는 않은 채, 그저 잘근잘근 씹기만 할 뿐이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uspicious\">\n\"사고라.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인간이 자신의 손톱으로, 자신의 목통을 갈가리 찢어발겨서 과다출혈로 죽는 것을 '사고'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입니다.\"\n\n\"......!!\"\n\n케이이치의 숨이 턱 막혔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정경이 뇌리에 강제로 박혀들었다. 자신의 목을 찢어발겨? 대체 왜? 무슨 짓을 당했기에 그런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단 말인가. 방금 전까지 그토록 따뜻하고 선명했던 어제의 기억들이, 순식간에 피비린내 나는 악몽으로 돌변하여 케이이치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n\n차 안에는 죽은 듯한 정적이 내려앉았다.\n케이이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고, 오오이시는 그런 케이이치의 창백한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이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었다. 마치, 실험쥐의 반응을 기록하는 연구원처럼.\n\n그렇게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n오오이시는 물고 있던 담배를 툭 뱉어내며, 굳게 닫혀 있던 침묵을 깼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rk\">\n\"음후후. 너무 겁을 먹은 모양이군요, 마에바라 씨. 미안하게 됐습니다. 나이 먹은 형사의 나쁜 버릇이라 생각해 주시지요.\"\n\n그는 다시 평소의 서글서글한 동네 아저씨 같은 미소를 장착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결코 눈까지 닿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이제 넋이 나간 케이이치를 지나쳐, 차 안의 또 다른 방향을 향해 천천히 미끄러지고 있었다.\n\n오오이시 쿠라우도의 뱀 같은 시선이 마침내 멈춰 선 곳.\n그것은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존재를 향한 것이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uspicious\">\n\"그렇다면... 계속 조용히 듣고만 계시던 그쪽 분께도 여쭤보도록 할까요.\"\n\n오오이시의 목소리가 에어컨의 냉기보다 더 차갑게 차 안을 울렸다.\n\n<img src=\"Ooishi_Kuraudo__determined\">\n\"어제 밤. 당신들 일행이 토미타케 씨와 헤어진 이후의 일입니다만. 혹시... 그와 함께 있던 동행자라거나, 혹은 그의 뒤를 쫓던 수상한 낌새 같은 것을 보거나 느끼지는 못했습니까?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씀해 주시지요.\"\n\n덫은 이미 놓여 있었다.\n그의 뱀 같은 눈동자가, 일말의 거짓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번뜩이고 있었다.\n\n<SceanInfo>[Date: 1983/06/20 (Mon)|Time: 16:30|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오오이시의 차량|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5}}}}\n{{#if {{equal::{{getvar::var_ts_keiichi}}::2}}}}\n\n히나미자와의 오후는 언제나처럼 끈적하고 무더웠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는 석양은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을 바닥에 짓이기고 있었고, 귓가를 때리는 쓰르라미의 울음소리는 마치 누군가의 비명처럼 뇌수를 파고들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습기 속에서, 마에바라 케이이치는 자신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그저 더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nervous\">\n\"하아, 하아... 덥네. 오늘따라 유난히 매미 소리가 시끄럽지 않아?\"\n\n케이이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과장되게 손부채질을 했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을 배회하다가,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류구 레나와, 그 곁을 말없이 걷고 있는 {{user}}을 번갈아 향했다. 평범한 하굣길. 그래, 이것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그저 평화롭고 즐거운 동아리 부원들의 하굣길이어야만 했다. \n\n하지만 케이이치의 뱃속에는 시커먼 납덩어리 같은 불길함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어제, 오오이시 형사의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차 안에서 들었던 그 기분 나쁜 이야기들. 마을의 금기. 토미타케의 죽음. 그리고,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그 지독한 의심. \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worried\">\n\"케이쨩.\"\n\n불쑥, 레나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평소의 그 사근사근하고 달콤한 목소리. 하지만 케이이치는 그 목소리에 어깨를 흠칫 떨었다.\n\n\"응? 왜, 왜 그래 레나?\"\n\"어제 말이야... 케이쨩, 부활동 끝나고 어디 갔었어? 레나, 케이쨩이 걱정돼서...\"\n\n레나가 걸음을 멈추었다. 석양을 등진 그녀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평소처럼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안에는 기묘한 이채가 번득이고 있었다. 케이이치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n\n들켰나? 아니, 그럴 리 없다. 오오이시 형사와 만난 것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진 일이다. 케이이치는 마른침을 삼키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변명. 그래, 완벽한 변명이 필요하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mile\">\n\"아, 아아! 어제? 별거 아니야. 치에 선생님이 교무실로 잠깐 부르셨거든. 정리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 말이야. 하하하, 나 참, 선생님도 내가 너무 믿음직스러우셨나 봐!\"\n\n거짓말. \n자신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는 그 문장들이 얼마나 얄팍하고 위태로운지, 케이이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의심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둘러대야만 했다.\n\n\"......그래?\"\n\n레나의 목소리 톤이 아주 미세하게 가라앉았다. 그 순간, 주변을 가득 채우던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뚝, 하고 끊어진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n\n\"다행이다... 레나는 혹시, 케이쨩이 무슨 무서운 일에라도 휘말린 게 아닐까 걱정했거든. 예를 들면...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거나.\"\n\n정곡을 찔린 케이이치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상한 사람. 오오이시 형사를 의미하는 것일까? 레나는 알고 있는 건가?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소름이 쫙 기어올랐다. 불안감은 곧 방어적인 분노로 변질되었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erious\">\n\"레나야말로.\"\n\n케이이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녀는 반 발짝 뒤로 물러서며 레나를 직시했다.\n\n\"너희들이야말로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 아니야? 오야시로님의 저주라든가, 댐 계획 때의 일이라든가... 너희들, 다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만 말 안 해주는 거잖아!\"\n\n공격.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케이이치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자신이 느끼는 이 소외감과 공포를 그들에게도 던져주어야 했다. \n\n하지만.\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uspicious\">\n\"케이쨩이 숨기고 있는 거야.\"\n\n레나의 고개가 기묘한 각도로 비틀어졌다. \n툭. \n무언가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듯한 서늘한 음색. 방금 전까지 케이이치를 걱정하며 미소 짓던 그 귀엽고 다정한 소녀는 그곳에 없었다. 텅 빈 유리구슬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파란 눈동자가 케이이치의 전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n\n\"케이쨩이야말로... 숨기고 있어. 어제 교무실에 갔다고 했지? 치에 선생님을 도와드렸다고 했지?\"\n\n한 걸음. 레나가 다가왔다.\n\n\"그럼... 어제 실제로 케이쨩이 한 일은, 뭐야?\"\n\n숨이 막혔다.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무거웠다. 케이이치는 덜덜 떨리는 턱을 억지로 다잡았다. \n\n\"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교무실에 갔다고 방금 말했잖아! 치에 선생님이랑 같이...\"\n\n그 순간이었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enraged\">\n\"거짓말!!!!!!!!\"\n\n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쓰르라미의 절규가 폭발했다. 아니, 그것은 레나의 입에서 터져 나온,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짐승 같은 포효였다. \n온몸의 솜털이 쭈뼛 서고, 혈관 속을 흐르던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공포. 레나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그 눈가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오직 케이이치의 거짓말을 물어뜯으려는 야차와도 같은 분노만이 그 자리에 시퍼렇게 살아서 요동치고 있었다.\n\n\"거짓말! 거짓말거짓말거짓말!!! 케이쨩은 어제 교무실에 가지 않았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케이쨩이야!!!\"\n\n비수처럼 꽂히는 그 외침에 케이이치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어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었다. \n'어떻게...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나를 감시하고 있었던 건가? 언제부터? 어디서부터?'\n\n아연실색한 케이이치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턱이 딱딱 부딪히고, 호흡은 헐떡임으로 변했다. 이 압도적인 공포와 광기 속에서, 케이이치는 도망칠 곳을 찾듯, 구원자를 찾듯 고개를 돌렸다. \n\n그녀의 덜덜 떨리는 시선이, 굳어버린 채 서 있는 {{user}}을 향해 필사적으로 뻗어나갔다. 마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살려달라'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n\n<SceanInfo>[Date: 1983/06/21 (Tue)|Time: 16:30|Location: 히나미자와 하굣길|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Rena/Uniform, Keiichi/Uniform]</SceanInfo>\n  {{/if}}\n{{/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5}}}}\n{{#if {{equal::{{getvar::var_ts_keiichi_off}}::2}}}}\n\n히나미자와의 오후는 언제나처럼 끈적하고 무더웠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는 석양은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을 바닥에 짓이기고 있었고, 귓가를 때리는 쓰르라미의 울음소리는 마치 누군가의 비명처럼 뇌수를 파고들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습기 속에서, 마에바라 케이이치는 자신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그저 더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nervous\">\n\"하아, 하아... 덥네. 오늘따라 유난히 매미 소리가 시끄럽지 않아?\"\n\n케이이치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과장되게 손부채질을 했다. 그의 시선은 허공을 배회하다가,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류구 레나와, 그 곁을 말없이 걷고 있는 {{user}}을 번갈아 향했다. 평범한 하굣길. 그래, 이것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그저 평화롭고 즐거운 동아리 부원들의 하굣길이어야만 했다. \n\n하지만 케이이치의 뱃속에는 시커먼 납덩어리 같은 불길함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어제, 오오이시 형사의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차 안에서 들었던 그 기분 나쁜 이야기들. 마을의 금기. 토미타케의 죽음. 그리고,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그 지독한 의심. \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worried\">\n\"케이이치 군.\"\n\n불쑥, 레나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평소의 그 사근사근하고 달콤한 목소리. 하지만 케이이치는 그 목소리에 어깨를 흠칫 떨었다.\n\n\"응? 왜, 왜 그래 레나?\"\n\"어제 말이야... 케이이치 군, 부활동 끝나고 어디 갔었어? 레나, 케이이치 군이 걱정돼서...\"\n\n레나가 걸음을 멈추었다. 석양을 등진 그녀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평소처럼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안에는 기묘한 이채가 번득이고 있었다. 케이이치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n\n들켰나? 아니, 그럴 리 없다. 오오이시 형사와 만난 것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진 일이다. 케이이치는 마른침을 삼키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변명. 그래, 완벽한 변명이 필요하다.\n\n<img src=\"Maebara_Keiichi__smile\">\n\"아, 아아! 어제? 별거 아니야. 치에 선생님이 교무실로 잠깐 부르셨거든. 정리하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 말이야. 하하하, 나 참, 선생님도 내가 너무 믿음직스러우셨나 봐!\"\n\n거짓말. \n자신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는 그 문장들이 얼마나 얄팍하고 위태로운지, 케이이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 의심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둘러대야만 했다.\n\n\"......그래?\"\n\n레나의 목소리 톤이 아주 미세하게 가라앉았다. 그 순간, 주변을 가득 채우던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뚝, 하고 끊어진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n\n\"다행이다... 레나는 혹시, 케이이치 군이 무슨 무서운 일에라도 휘말린 게 아닐까 걱정했거든. 예를 들면...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거나.\"\n\n정곡을 찔린 케이이치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상한 사람. 오오이시 형사를 의미하는 것일까? 레나는 알고 있는 건가?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소름이 쫙 기어올랐다. 불안감은 곧 방어적인 분노로 변질되었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serious\">\n\"레나야말로.\"\n\n케이이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는 반 발짝 뒤로 물러서며 레나를 직시했다.\n\n\"너희들이야말로 나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거 아니야? 오야시로님의 저주라든가, 댐 계획 때의 일이라든가... 너희들, 다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만 말 안 해주는 거잖아!\"\n\n공격.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케이이치는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자신이 느끼는 이 소외감과 공포를 그들에게도 던져주어야 했다. \n\n하지만.\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uspicious\">\n\"케이이치 군이 숨기고 있는 거야.\"\n\n레나의 고개가 기묘한 각도로 비틀어졌다. \n툭. \n무언가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듯한 서늘한 음색. 방금 전까지 케이이치를 걱정하며 미소 짓던 그 귀엽고 다정한 소녀는 그곳에 없었다. 텅 빈 유리구슬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파란 눈동자가 케이이치의 전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n\n\"케이이치 군이야말로... 숨기고 있어. 어제 교무실에 갔다고 했지? 치에 선생님을 도와드렸다고 했지?\"\n\n한 걸음. 레나가 다가왔다.\n\n\"그럼... 어제 실제로 케이이치 군이 한 일은, 뭐야?\"\n\n숨이 막혔다.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무거웠다. 케이이치는 덜덜 떨리는 턱을 억지로 다잡았다. \n\n\"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교무실에 갔다고 방금 말했잖아! 치에 선생님이랑 같이...\"\n\n그 순간이었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enraged\">\n\"거짓말!!!!!!!!\"\n\n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쓰르라미의 절규가 폭발했다. 아니, 그것은 레나의 입에서 터져 나온,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짐승 같은 포효였다. \n온몸의 솜털이 쭈뼛 서고, 혈관 속을 흐르던 피가 차갑게 얼어붙는 듯한 공포. 레나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그 눈가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오직 케이이치의 거짓말을 물어뜯으려는 야차와도 같은 분노만이 그 자리에 시퍼렇게 살아서 요동치고 있었다.\n\n\"거짓말! 거짓말거짓말거짓말!!! 케이이치 군은 어제 교무실에 가지 않았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케이이치 군이야!!!\"\n\n비수처럼 꽂히는 그 외침에 케이이치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어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었다. \n'어떻게...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나를 감시하고 있었던 건가? 언제부터? 어디서부터?'\n\n아연실색한 케이이치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턱이 딱딱 부딪히고, 호흡은 헐떡임으로 변했다. 이 압도적인 공포와 광기 속에서, 케이이치는 도망칠 곳을 찾듯, 구원자를 찾듯 고개를 돌렸다. \n\n그의 덜덜 떨리는 시선이, 굳어버린 채 서 있는 {{user}}을 향해 필사적으로 뻗어나갔다. 마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살려달라'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n\n<SceanInfo>[Date: 1983/06/21 (Tue)|Time: 16:30|Location: 히나미자와 하굣길|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Rena/Uniform]</SceanInfo>\n  {{/if}}\n{{/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6}}}}\n{{#if {{equal::{{getvar::var_ts_keiichi}}::2}}}}\n\n오키노미야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엔젤모트'의 문이 열릴 때마다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n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인공 바람이 바깥의 찌는 듯한 초여름의 열기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프릴이 잔뜩 달린 유니폼을 입은 웨이트리스들이 잰걸음으로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달콤한 파르페와 차가운 음료를 나르고 있었다. \n\n어디를 보아도 평화롭고, 어디를 보아도 일상적인 오후의 풍경.\n\n그러나 구석에 자리 잡은 한 테이블만큼은, 마치 그곳만 다른 공간인 것처럼 무겁고 이질적인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le\">\n\"하하하, 마에바라 씨. 에어컨 바람이 좀 춥습니까? 안색이 영 좋지 않군요.\"\n\n맞은편에 앉은 낡은 셔츠 차림의 초로의 형사, 오오이시 쿠라우도가 느긋하게 얼음이 담긴 물잔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사람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번뜩이는 탁한 눈동자는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Casual__nervous\">\n\"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조금 피곤해서…….\"\n\n마에바라 케이이치는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피했다. 테이블 아래에 놓인 그녀의 두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n오늘 아침, 알 수 없는 공포에 질려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했다. 그리고 이리에 진료소를 거쳐, 결국 이 끈질긴 늙은 형사의 차에 올라타 오키노미야까지 오게 된 것이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작고 평화로운 마을, 히나미자와의 이면에 도사린 무언가가 자신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다는 직감이 그녀를 이 자리에 묶어두고 있었다.\n\n그리고 이 테이블에는, 오오이시와 케이이치 외에 또 한 명의 인물이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동석하고 있었다. {{user}}이었다. \n\n오오이시는 낮고 끈적한 목소리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마에바라 씨. 히나미자와라는 마을은 말입니다, 겉보기에는 아주 평화롭고 인심 좋은 시골 마을이죠. 하지만 우리는 경찰입니다. 경찰의 눈으로 본 그 마을은…… 지독하게 폐쇄적이고, 광기에 젖어있는 무서운 동네입니다.\"\n\n\"광기… 라니요. 그건 너무 과장된…….\"\n\n\"과장이라. 하하하, 그렇습니까?\"\n\n오오이시는 탁자 위로 몸을 쑥 내밀었다. \n\n\"과거 댐 건설 찬반을 둘러싸고 마을 전체가 둘로 나뉘어 피 터지게 싸웠던 일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그 과정에서 폭행, 협박, 린치…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마을 단위로, 아주 조직적으로 자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것이 바로 마을의 실세, '소노자키 가문'입니다.\"\n\n케이이치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소노자키. 자신이 누구보다 의지하고 따르는 부활동의 리더, 미온의 성(姓)이었다. \n\n\"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이후에도, 그 끔찍한 사건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년 6월, 솜흘리기 축제 날 밤마다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사라지는 연속 괴사 사건. 마을 사람들은 그걸 '오야시로님의 저주'라고 부르며 두려워하죠.\"\n\n오오이시는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말을 이었다.\n\n\"첫해, 댐 공사 현장 감독이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미해결.  둘째 해, 댐 건설 찬성파였던 부부가 절벽에서 추락했습니다. 아내는 아직도 시체를 찾지 못했죠. 미해결.  셋째 해, 마을의 신관 부부가 사망했습니다. 남편은 원인 불명의 병사, 아내는 늪에 투신자살. 미해결. 그리고 작년, 댐 건설 찬성파 부부의 혈육이었던 여자가 시장에서 대낮에 맞아 죽었습니다. 범인은 도주 중. 사실상 미해결.\"\n\n<img src=\"Maebara_Keiichi__Casual__scared\">\n\"그, 그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다 옛날 일이잖아요! 게다가 그건 그냥 우연히 겹친 불행한 사고일 뿐이라고요!\"\n\n케이이치가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주변 테이블의 손님들이 힐끗거렸지만, 오오이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indifferent\">\n\"우연. 네,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에바라 씨. 형사라는 직업은 말입니다, 두 번 겹치면 의심하고, 세 번 겹치면 확신을 가지게 되는 병에 걸려 있습니다. 하물며 네 번, 아니 올해 토미타케 씨와 타카노 씨의 일까지 합치면 다섯 번입니다.\"\n\n오오이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n\n\"제가 왜 마에바라 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그건 말입니다…… 이 연속 괴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마에바라 씨의 주변 인물들과 아주 깊고, 지독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n\n\"……뭐라고요?\"\n\n\"둘째 해에 죽은 댐 건설 찬성파 부부. 그 부부의 성씨는 '호죠'입니다. 네, 바로 호죠 사토코 양의 부모님이죠.\"\n\n케이이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무겁게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사토코의 부모님이라고? 그 어린아이의 부모님이, 그 저주받은 사건의 피해자였다고?\n\n\"셋째 해에 죽은 신관 부부. 그들은 '후루데' 신사의 신관이었습니다. 후루데 리카 양의 부모님이시지요.\"\n\n\"……!\"\n\n\"그리고 작년, 시장에서 끔찍하게 맞아 죽은 여자. 그 여자는 호죠 사토코 양을 돌봐주던 숙모였습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작년에 '오니카쿠시' 당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년의 이름은…… '호죠 사토시'. 사토코 양의 친오빠입니다.\"\n\n오오이시의 말이 하나하나 쐐기가 되어 케이이치의 가슴을 후벼 팠다. \n숨이 막혔다. 에어컨 바람이 이렇게나 차가운데, 등줄기에서는 쉴 새 없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매일같이 웃고 떠들며 게임을 하던 그 작은 교실. 그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매년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Casual__confused\">\n\"거, 거짓말이야…….\"\n\n케이이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n\n\"다들, 다들 착한 녀석들이라고요! 그 녀석들이 그런 끔찍한 일들과 관련되어 있을 리가 없어! 소노자키 가문이 흑막이라고요? 미온이? 그 털털하고 바보 같은 녀석이 사람을 죽인다는 겁니까?!\"\n\n<img src=\"Ooishi_Kuraudo__smirk\">\n\"소노자키 미온 양이 직접 손을 썼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노자키 가문이 이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이상, 그녀 역시 그 굴레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죠. 그리고…….\"\n\n오오이시는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목소리를 한층 더 낮추었다.\n\n\"류구 레나 양. 그 아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n\n\"레, 레나…?\"\n\n\"그 아이는 1년 전쯤 이 마을로 이사를 왔죠. 아니, 정확히는 돌아온 겁니다. 이바라키에서 살다가 말입니다.\"\n\n오오이시의 입가에 기분 나쁜 호선이 그려졌다. \n\n\"류구 양은 이바라키에 있던 시절, 다니던 학교에서 남학생 셋을 야구 방망이로 반 죽여놓은 전적이 있습니다. 학교 유리창을 전부 박살 내고, 교사를 폭행하고, 동급생들의 뼈를 부러뜨렸죠. 아주 끔찍한 유혈 사태였습니다.\"\n\n\"……!?\"\n\n\"그 사건 직후, 그녀는 돌연 히나미자와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주 얌전하고 귀여운 여학생을 연기하고 있죠.\"\n\n오오이시는 테이블 위로 몸을 더욱 바짝 당기며 케이이치를 응시했다.\n\n\"마에바라 씨. 당신의 주변은 지뢰밭입니다. 부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는 그 아이들. 하나같이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있고, 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자들입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안에서 웃고 떠드는 동안, 그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n\n케이이치는 더 이상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n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믿고 싶지 않았다. 레나가 사람을 야구 방망이로 때렸다고? 자신에게 수줍게 웃으며 도시락을 건네주던 그 레나가? 미온이 살인 집단의 후계자라고? \n\n머릿속에 솜흘리기 축제 날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n토미타케의 죽음을 들었을 때, 아이들의 눈빛. 오오이시 형사의 차에 탔을 때 자신을 노려보던 레나의 서늘한 얼굴.\n'거짓말!!!!!!'\n등 뒤에서 들려오던 그 섬뜩한 환청까지. \n\n모든 것이 하나의 끔찍한 진실을 향해 맞춰지고 있었다. \n\n오오이시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 넋을 잃은 케이이치를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자신이 원하던 반응이었다. 이 외부에서 온 소녀는 지금 극도의 불신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조금만 더 건드리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칠 훌륭한 장기말이 되어줄 터였다.\n\n그때였다. \n\n오오이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n그의 시선이, 핏기가 가신 채 얼어붙은 케이이치를 지나쳐, 줄곧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테이블의 세 번째 자리로 향했다.\n\n형사의 탁하고 예리한 눈동자가 허공을 가르고 {{user}}에게 직격했다. \n마치 지금까지 그곳에 있는 줄 알면서도 일부러 무시하고 있었다는 듯이. 아니, 애초부터 이 모든 끔찍한 이야기의 끝을 {{user}}에게 묻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듯이.\n\n<img src=\"Ooishi_Kuraudo__curious\">\n\"……그런데 말입니다.\"\n\n오오이시의 낮고 끈적한 목소리가, 엔젤모트의 경쾌한 음악 소리를 뚫고 무겁게 내려앉았다.\n\n\"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소름 끼치는 살인극의 무대 위에서, 당신들의 이 사랑스러운 친구들은…… 과연 결백한 어린양일까요, 아니면 피를 뒤집어쓴 늑대일까요?\"\n\n침묵이 테이블을 덮쳤다.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만이 두 사람 사이를 싸늘하게 맴돌고 있었다.\n\n<SceanInfo>[Date: 1983/06/22 (Wed)|Time: 14:30|Location: 오키노미야 엔젤모트|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Keiichi/Casual]</SceanInfo>\n  {{/if}}\n {{/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6}}}}\n{{#if {{equal::{{getvar::var_ts_keiichi_off}}::2}}}}\n\n오키노미야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엔젤모트'의 문이 열릴 때마다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n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늘한 인공 바람이 바깥의 찌는 듯한 초여름의 열기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프릴이 잔뜩 달린 유니폼을 입은 웨이트리스들이 잰걸음으로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달콤한 파르페와 차가운 음료를 나르고 있었다. \n\n어디를 보아도 평화롭고, 어디를 보아도 일상적인 오후의 풍경.\n\n그러나 구석에 자리 잡은 한 테이블만큼은, 마치 그곳만 다른 공간인 것처럼 무겁고 이질적인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mile\">\n\"하하하, 마에바라 씨. 에어컨 바람이 좀 춥습니까? 안색이 영 좋지 않군요.\"\n\n맞은편에 앉은 낡은 셔츠 차림의 초로의 형사, 오오이시 쿠라우도가 느긋하게 얼음이 담긴 물잔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사람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번뜩이는 탁한 눈동자는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nervous\">\n\"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조금 피곤해서…….\"\n\n마에바라 케이이치는 마른침을 삼키며 시선을 피했다. 테이블 아래에 놓인 그의 두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n오늘 아침, 알 수 없는 공포에 질려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했다. 그리고 이리에 진료소를 거쳐, 결국 이 끈질긴 늙은 형사의 차에 올라타 오키노미야까지 오게 된 것이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작고 평화로운 마을, 히나미자와의 이면에 도사린 무언가가 자신의 목을 서서히 조여오고 있다는 직감이 그를 이 자리표에 묶어두고 있었다.\n\n그리고 이 테이블에는, 오오이시와 케이이치 외에 또 한 명의 인물이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동석하고 있었다. {{user}}이었다. \n\n오오이시는 낮고 끈적한 목소리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n\n<img src=\"Ooishi_Kuraudo__serious\">\n\"마에바라 씨. 히나미자와라는 마을은 말입니다, 겉보기에는 아주 평화롭고 인심 좋은 시골 마을이죠. 하지만 우리는 경찰입니다. 경찰의 눈으로 본 그 마을은…… 지독하게 폐쇄적이고, 광기에 젖어있는 무서운 동네입니다.\"\n\n\"광기… 라니요. 그건 너무 과장된…….\"\n\n\"과장이라. 하하하, 그렇습니까?\"\n\n오오이시는 탁자 위로 몸을 쑥 내밀었다. \n\n\"과거 댐 건설 찬반을 둘러싸고 마을 전체가 둘로 나뉘어 피 터지게 싸웠던 일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그 과정에서 폭행, 협박, 린치…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마을 단위로, 아주 조직적으로 자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던 것이 바로 마을의 실세, '소노자키 가문'입니다.\"\n\n케이이치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소노자키. 자신이 누구보다 의지하고 따르는 부활동의 리더, 미온의 성(姓)이었다. \n\n\"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이후에도, 그 끔찍한 사건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년 6월, 솜흘리기 축제 날 밤마다 한 명이 죽고 한 명이 사라지는 연속 괴사 사건. 마을 사람들은 그걸 '오야시로님의 저주'라고 부르며 두려워하죠.\"\n\n오오이시는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말을 이었다.\n\n\"첫해, 댐 공사 현장 감독이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미해결.  둘째 해, 댐 건설 찬성파였던 부부가 절벽에서 추락했습니다. 아내는 아직도 시체를 찾지 못했죠. 미해결.  셋째 해, 마을의 신관 부부가 사망했습니다. 남편은 원인 불명의 병사, 아내는 늪에 투신자살. 미해결. 그리고 작년, 댐 건설 찬성파 부부의 혈육이었던 여자가 시장에서 대낮에 맞아 죽었습니다. 범인은 도주 중. 사실상 미해결.\"\n\n<img src=\"Maebara_Keiichi__scared\">\n\"그, 그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다 옛날 일이잖아요! 게다가 그건 그냥 우연히 겹친 불행한 사고일 뿐이라고요!\"\n\n케이이치가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주변 테이블의 손님들이 힐끗거렸지만, 오오이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n\n<img src=\"Ooishi_Kuraudo__indifferent\">\n\"우연. 네,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에바라 씨. 형사라는 직업은 말입니다, 두 번 겹치면 의심하고, 세 번 겹치면 확신을 가지게 되는 병에 걸려 있습니다. 하물며 네 번, 아니 올해 토미타케 씨와 타카노 씨의 일까지 합치면 다섯 번입니다.\"\n\n오오이시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n\n\"제가 왜 마에바라 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그건 말입니다…… 이 연속 괴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마에바라 씨의 주변 인물들과 아주 깊고, 지독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n\n\"……뭐라고요?\"\n\n\"둘째 해에 죽은 댐 건설 찬성파 부부. 그 부부의 성씨는 '호죠'입니다. 네, 바로 호죠 사토코 양의 부모님이죠.\"\n\n케이이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무겁게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사토코의 부모님이라고? 그 어린아이의 부모님이, 그 저주받은 사건의 피해자였다고?\n\n\"셋째 해에 죽은 신관 부부. 그들은 '후루데' 신사의 신관이었습니다. 후루데 리카 양의 부모님이시지요.\"\n\n\"……!\"\n\n\"그리고 작년, 시장에서 끔찍하게 맞아 죽은 여자. 그 여자는 호죠 사토코 양을 돌봐주던 숙모였습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작년에 '오니카쿠시' 당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소년의 이름은…… '호죠 사토시'. 사토코 양의 친오빠입니다.\"\n\n오오이시의 말이 하나하나 쐐기가 되어 케이이치의 가슴을 후벼 팠다. \n숨이 막혔다. 에어컨 바람이 이렇게나 차가운데, 등줄기에서는 쉴 새 없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매일같이 웃고 떠들며 게임을 하던 그 작은 교실. 그곳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매년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confused\">\n\"거, 거짓말이야…….\"\n\n케이이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n\n\"다들, 다들 착한 녀석들이라고요! 그 녀석들이 그런 끔찍한 일들과 관련되어 있을 리가 없어! 소노자키 가문이 흑막이라고요? 미온이? 그 털털하고 바보 같은 녀석이 사람을 죽인다는 겁니까?!\"\n\n<img src=\"Ooishi_Kuraudo__smirk\">\n\"소노자키 미온 양이 직접 손을 썼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노자키 가문이 이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이상, 그녀 역시 그 굴레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죠. 그리고…….\"\n\n오오이시는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며, 목소리를 한층 더 낮추었다.\n\n\"류구 레나 양. 그 아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n\n\"레, 레나…?\"\n\n\"그 아이는 1년 전쯤 이 마을로 이사를 왔죠. 아니, 정확히는 돌아온 겁니다. 이바라키에서 살다가 말입니다.\"\n\n오오이시의 입가에 기분 나쁜 호선이 그려졌다. \n\n\"류구 양은 이바라키에 있던 시절, 다니던 학교에서 남학생 셋을 야구 방망이로 반 죽여놓은 전적이 있습니다. 학교 유리창을 전부 박살 내고, 교사를 폭행하고, 동급생들의 뼈를 부러뜨렸죠. 아주 끔찍한 유혈 사태였습니다.\"\n\n\"……!?\"\n\n\"그 사건 직후, 그녀는 돌연 히나미자와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주 얌전하고 귀여운 여학생을 연기하고 있죠.\"\n\n오오이시는 테이블 위로 몸을 더욱 바짝 당기며 케이이치를 응시했다.\n\n\"마에바라 씨. 당신의 주변은 지뢰밭입니다. 부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있는 그 아이들. 하나같이 어두운 과거를 숨기고 있고, 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자들입니다.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안에서 웃고 떠드는 동안, 그들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n\n케이이치는 더 이상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n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믿고 싶지 않았다. 레나가 사람을 야구 방망이로 때렸다고? 자신에게 수줍게 웃으며 도시락을 건네주던 그 레나가? 미온이 살인 집단의 후계자라고? \n\n머릿속에 솜흘리기 축제 날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n토미타케의 죽음을 들었을 때, 아이들의 눈빛. 오오이시 형사의 차에 탔을 때 자신을 노려보던 레나의 서늘한 얼굴.\n'거짓말!!!!!!'\n등 뒤에서 들려오던 그 섬뜩한 환청까지. \n\n모든 것이 하나의 끔찍한 진실을 향해 맞춰지고 있었다. \n\n오오이시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 넋을 잃은 케이이치를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자신이 원하던 반응이었다. 이 외부에서 온 소년은 지금 극도의 불신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조금만 더 건드리면, 마을의 비밀을 파헤칠 훌륭한 장기말이 되어줄 터였다.\n\n그때였다. \n\n오오이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n그의 시선이, 핏기가 가신 채 얼어붙은 케이이치를 지나쳐, 줄곧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테이블의 세 번째 자리로 향했다.\n\n형사의 탁하고 예리한 눈동자가 허공을 가르고 {{user}}에게 직격했다. \n마치 지금까지 그곳에 있는 줄 알면서도 일부러 무시하고 있었다는 듯이. 아니, 애초부터 이 모든 끔찍한 이야기의 끝을 {{user}}에게 묻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는 듯이.\n\n<img src=\"Ooishi_Kuraudo__curious\">\n\"……그런데 말입니다.\"\n\n오오이시의 낮고 끈적한 목소리가, 엔젤모트의 경쾌한 음악 소리를 뚫고 무겁게 내려앉았다.\n\n\"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소름 끼치는 살인극의 무대 위에서, 당신들의 이 사랑스러운 친구들은…… 과연 결백한 어린양일까요, 아니면 피를 뒤집어쓴 늑대일까요?\"\n\n침묵이 테이블을 덮쳤다. 에어컨의 서늘한 바람만이 두 사람 사이를 싸늘하게 맴돌고 있었다.\n\n<SceanInfo>[Date: 1983/06/22 (Wed)|Time: 14:30|Location: 오키노미야 엔젤모트|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 {{/if}}\n {{#if {{equal::{{getvar::finalChoice}}::2_7}}}}\n{{#if {{equal::{{getvar::var_ts_keiichi}}::2}}}}\n점심시간의 소란스러움이 닿지 않는 히나미자와 분교의 뒷편. 낡은 목조 건물의 그늘이 짙게 깔린 사각지대에는 기이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평소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공놀이 하는 소리가 아스라히 들려올 시간이었지만, 등 뒤의 숲에서 불어오는 습기 머금은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어지럽힐 뿐이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nervous\">\n\"……아무도, 없지? 안 따라온 거 맞지?\"\n\n다급하게 뱉어낸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반의 중심에서 큰 목소리로 웃어젖히던 그 소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교각 뒤에 몸을 숨기듯 웅크린 그녀의 어깨는 짐승에게 쫓기는 초식동물처럼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고, 핏발 선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주변을 불안하게 훑고 있었다. \n\n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흉부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눈앞의 상대방을—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닫힌 마을의 인간이 아닌, 유일한 '외지인'을 마치 구명줄이라도 되는 양 절박하게 쳐다보았다.\n\n\"부탁이야, 내 말 좀 들어줘. 나, 미쳐버릴 것 같아. 아니, 어쩌면 벌써 미친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라면. 밖에서 온 너라면 내 기분을 이해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n\n케이이치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손가락 끝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겪고 있는 공포는 착각이나 불안 따위가 아니었다.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실체를 가진 끔찍한 공포였다.\n\n\"이 마을, 뭔가 이상해. 너도 느끼고 있지? 다들 친절하고, 다들 좋은 녀석들 같지만…… 그건 전부 껍데기야. 그 속에는 뭔가 소름 끼치고, 시커먼 게 웅크리고 있어.\"\n\n이마에 맺혀 있던 굵은 땀방울이 그녀의 교복 위로 속절없이 떨어져 내렸다. 케이이치는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벽을 짚더니, 헐떡이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제 숨길 수 없는 울음기마저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cared\">\n\"어제 말이야. 집에 돌아갔는데…… 그녀석들이 찾아왔어. 레나하고 미온이. 나한테 위로를 해준답시고 떡을, 오하기를 만들어왔다고 하더라고. 그래, 거기까진 좋았어. 정말 고마웠지. 하지만…….\"\n\n말을 잇던 케이이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입술이 파래지고, 눈동자는 어젯밤의 그 끔찍했던 감각을 다시 떠올린 것처럼 극도로 팽창했다. \n\n\"먹으려고, 한 입 베어 문 순간…… 이빨에 뭔가 딱딱한 게 부딪혔어. 팥소 안에, 길고 날카로운 게…….\"\n\n그녀는 자신의 입가를 미친 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아직도 입안에 그 이물감이 남아있다는 듯이.\n\n\"바늘이었어. 재봉틀에나 들어갈 법한, 그 길고 날카로운 바늘이 떡 한가운데에 박혀 있었다고! 실수? 장난? 웃기지 마! 그건 날 찌르려고, 내 목구멍을 찢어버리려고 작정하고 넣은 거였어! 내가 운이 좋아서 뱉어내지 않았더라면, 내 내장은 그 바늘에 갈기갈기 찢겨나갔을 거라고!\"\n\n숨이 넘어갈 듯 핏대를 세우던 케이이치는 이내 스스로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다시 공포에 질린 눈으로 텅 빈 학교 뒷마당을 두리번거렸다. \n\n\"더 무서운 건 뭔지 알아? 오늘 아침이야. 학교에 왔더니…… 그 녀석들이 나한테 웃으면서 묻는 거야. 어제 준 떡, '잘 먹었냐'고. 맛이 어땠냐고……!\"\n\n케이이치의 눈동자에서 기어코 투명한 액체가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erious\">\n\"그 얼굴, 그 미소…… 다 알고 있으면서 묻는 거였어. 내가 바늘을 씹었는지, 삼켰는지, 아니면 겁에 질려서 벌벌 떨고 있는지…… 속으로 비웃으면서!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거라고! 오오이시 씨가 말했던 연속 괴사 사건…… 다 그 녀석들이 한 짓이야! 다음 표적은 나야! 나라고!\"\n\n그녀는 벽을 짚고 있던 손을 떼어내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당장이라도 무언가에 짓눌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발악이었다. \n\n\"나, 어떡해야 해? 경찰에 말해봤자 소용없어. 이 마을 놈들은 다 한통속이야. 선생님도, 마을 어른들도, 전부! 나 같은 외부인은 언제든지 죽여서 땅에 묻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살인귀들이라고! ……제발, 너도 똑같이 생각하지? 내가 미친 게 아니지? 내 말이 맞지?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제발…… 제발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좀 해줘!\"\n\n절박하게 뻗어온 케이이치의 그림자가 발밑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오직 단 하나의 동아줄을 붙잡으려는 듯이 대답을 갈구하고 있었다.\n\n<SceanInfo>[Date: 1983/06/23 (Thu)|Time: 12:30|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뒷편|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Keiichi/Uniform]</SceanInfo>\n\t{{/if}}\n  {{/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7}}}}\n{{#if {{equal::{{getvar::var_ts_keiichi_off}}::2}}}}\n점심시간의 소란스러움이 닿지 않는 히나미자와 분교의 뒷편. 낡은 목조 건물의 그늘이 짙게 깔린 사각지대에는 기이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평소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공놀이 하는 소리가 아스라히 들려올 시간이었지만, 등 뒤의 숲에서 불어오는 습기 머금은 바람 소리만이 귓가를 어지럽힐 뿐이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nervous\">\n\"……아무도, 없지? 안 따라온 거 맞지?\"\n\n다급하게 뱉어낸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마에바라 케이이치.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반의 중심에서 큰 목소리로 웃어젖히던 그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교각 뒤에 몸을 숨기듯 웅크린 그의 어깨는 짐승에게 쫓기는 초식동물처럼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고, 핏발 선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주변을 불안하게 훑고 있었다. \n\n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흉부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눈앞의 상대방을—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닫힌 마을의 인간이 아닌, 유일한 '외지인'을 마치 구명줄이라도 되는 양 절박하게 쳐다보았다.\n\n\"부탁이야, 내 말 좀 들어줘. 나, 미쳐버릴 것 같아. 아니, 어쩌면 벌써 미친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너라면. 밖에서 온 너라면 내 기분을 이해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n\n케이이치는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손가락 끝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그가 겪고 있는 공포는 착각이나 불안 따위가 아니었다.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실체를 가진 끔찍한 공포였다.\n\n\"이 마을, 뭔가 이상해. 너도 느끼고 있지? 다들 친절하고, 다들 좋은 녀석들 같지만…… 그건 전부 껍데기야. 그 속에는 뭔가 소름 끼치고, 시커먼 게 웅크리고 있어.\"\n\n이마에 맺혀 있던 굵은 땀방울이 그의 교복 바지 위로 속절없이 떨어져 내렸다. 케이이치는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벽을 짚더니, 헐떡이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숨길 수 없는 울음기마저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scared\">\n\"어제 말이야. 집에 돌아갔는데…… 그녀석들이 찾아왔어. 레나하고 미온이. 나한테 위로를 해준답시고 떡을, 오하기를 만들어왔다고 하더라고. 그래, 거기까진 좋았어. 정말 고마웠지. 하지만…….\"\n\n말을 잇던 케이이치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하게 질렸다. 입술이 파래지고, 눈동자는 어젯밤의 그 끔찍했던 감각을 다시 떠올린 것처럼 극도로 팽창했다. \n\n\"먹으려고, 한 입 베어 문 순간…… 이빨에 뭔가 딱딱한 게 부딪혔어. 팥소 안에, 길고 날카로운 게…….\"\n\n그는 자신의 입가를 미친 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아직도 입안에 그 이물감이 남아있다는 듯이.\n\n\"바늘이었어. 재봉틀에나 들어갈 법한, 그 길고 날카로운 바늘이 떡 한가운데에 박혀 있었다고! 실수? 장난? 웃기지 마! 그건 날 찌르려고, 내 목구멍을 찢어버리려고 작정하고 넣은 거였어! 내가 운이 좋아서 뱉어내지 않았더라면, 내 내장은 그 바늘에 갈기갈기 찢겨나갔을 거라고!\"\n\n숨이 넘어갈 듯 핏대를 세우던 케이이치는 이내 스스로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다시 공포에 질린 눈으로 텅 빈 학교 뒷마당을 두리번거렸다. \n\n\"더 무서운 건 뭔지 알아? 오늘 아침이야. 학교에 왔더니…… 그 녀석들이 나한테 웃으면서 묻는 거야. 어제 준 떡, '잘 먹었냐'고. 맛이 어땠냐고……!\"\n\n케이이치의 눈동자에서 기어코 투명한 액체가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serious\">\n\"그 얼굴, 그 미소…… 다 알고 있으면서 묻는 거였어. 내가 바늘을 씹었는지, 삼켰는지, 아니면 겁에 질려서 벌벌 떨고 있는지…… 속으로 비웃으면서!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거라고! 오오이시 씨가 말했던 연속 괴사 사건…… 다 그 녀석들이 한 짓이야! 다음 표적은 나야! 나라고!\"\n\n그는 벽을 짚고 있던 손을 떼어내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당장이라도 무언가에 짓눌려 숨이 끊어질 것 같은 발악이었다. \n\n\"나, 어떡해야 해? 경찰에 말해봤자 소용없어. 이 마을 놈들은 다 한통속이야. 선생님도, 마을 어른들도, 전부! 나 같은 외부인은 언제든지 죽여서 땅에 묻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살인귀들이라고! ……제발, 너도 똑같이 생각하지? 내가 미친 게 아니지? 내 말이 맞지? 너라면 어떻게 할 거야? 제발…… 제발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좀 해줘!\"\n\n절박하게 뻗어온 케이이치의 그림자가 발밑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오직 단 하나의 동아줄을 붙잡으려는 듯이 대답을 갈구하고 있었다.\n\n<SceanInfo>[Date: 1983/06/23 (Thu)|Time: 12:30|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뒷편|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t{{/if}}\n  {{/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8}}}}\n초여름의 문턱에 접어든 5월의 끝자락. \n기후현의 깊고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닫힌 마을, 히나미자와. \n사방이 험준한 산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이 분지 형태의 조그마한 마을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투명한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한 유일한 교육 기관인 히나미자와 분교. 낡은 단층 목조 건물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를 풍기며 아침 햇살을 듬뿍 머금고 있었다.\n\n유리창 너머로 스며든 비스듬한 햇보라가 낡은 교무실의 바닥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공기 중에는 미세한 먼지들이 빛의 기둥 속에서 유유히 춤을 추고 있었고, 오래된 나무에서 배어 나오는 특유의 묵직하고도 편안한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n\n달그락, 달그락.\n\n조용한 교무실 안, 찻잔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정적을 깼다.\n\n<img src=\"Chie_Rumiko__smile\">\n\"자, 여기 차 드세요. 오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죠? 이 마을은 워낙 산골짜기라 들어오는 길도 험해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다들 멀미로 고생하시더라고요.\"\n\n짧은 푸른색 단발머리가 걸음걸이에 맞춰 살랑거렸다. 소매가 없는 하얀색 원피스 위로 단정한 앞치마를 두른 치에 루미코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조심스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에는 새로운 동료를 맞이하는 순수한 기쁨과 따뜻한 환영의 빛이 가득 담겨 있었다. 치에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며, 두 손을 무릎 위에 단정히 모았다.\n\n<img src=\"Chie_Rumiko__default\">\n\"다시 한번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이곳 히나미자와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치에 루미코라고 합니다.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되어서 정말 든든해요. 사실 저 혼자서 아이들을 전부 돌보는 게 벅찰 때도 있었거든요.\"\n\n치에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한 교무실 안을 차분하게 채웠다. \n\n<img src=\"Chie_Rumiko__thinking\">\n\"음... 부임하시기 전에 대략적인 서류는 다 읽어보셨겠지만, 그래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글자로 읽는 건 천지 차이니까요. 본격적인 조회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 학교에 대해 제가 조금 설명을 해드리는 게 좋겠죠?\"\n\n치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무실 문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낡은 목조 건물의 복도로 나서는 그녀의 발걸음은 사뿐하고 익숙했다.\n\n끼이익, 끼익.\n\n복도를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랜 세월 아이들의 발길이 닿아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나무 널빤지들이 기분 좋은 비명을 질렀다. \n\n<img src=\"Chie_Rumiko__smile\">\n\"소리가 참 정겹죠? 처음엔 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거슬릴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아이들이 어디쯤 뛰어오고 있는지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게 된답니다. 우리 분교는 보시다시피 아주 작고 낡은 건물이에요. 복도를 청소할 때도 아이들이 직접 걸레를 들고 엎드려서 밀고 다니죠. 다들 얼마나 청소를 열심히 하는지, 가끔은 복도에서 미끄럼을 타다가 넘어지는 아이들도 있다니까요.\"\n\n치에는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벽에 붙어 있는 낡은 게시물들과 아이들이 서툰 솜씨로 그린 그림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n\n<img src=\"Chie_Rumiko__default\">\n\"아, 저기 저걸 보세요.\"\n\n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교장실과 교무실이 있는 입구 근처의 벽면이었다. 그곳에는 꽤나 묵직해 보이는 커다란 놋쇠 종이 매달려 있었다. 현대적인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식 방송 설비나 자동화된 차임벨 같은 것은 이 낡은 분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n\n<img src=\"Chie_Rumiko__laughing\">\n\"저게 우리 학교의 차임벨이랍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수업 시작과 끝, 그리고 점심시간마다 직접 복도로 나오셔서 저 종을 치시죠. '땡, 땡, 땡' 하고 아주 우렁찬 소리가 나요. 처음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 종소리야말로 우리 분교의 살아있는 심장 박동 같은 거랍니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왁자지껄하던 학교가 순식간에 조용해지기도 하고, 또 순식간에 생기로 가득 차기도 하니까요.\"\n\n그녀는 종을 바라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이 작고 낡은 학교에 대한 깊은 애착이 묻어났다. 치에는 다시 걸음을 옮겨 가장 넓은 교실 앞표지판 앞에 섰다. 미닫이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찬 넓은 교실이 모습을 드러냈다.\n\n드르르륵.\n\n교실 안의 풍경은 일반적인 학교와는 확연히 달랐다. 커다란 칠판은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교실 안을 채우고 있는 책걸상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맨 앞줄에는 아주 조그마한 꼬마들이 앉을 법한 작은 책상들이, 그리고 뒤로 갈수록 체격이 큰 학생들을 위한 큼지막한 책상들이 배치되어 있었다.\n\n<img src=\"Chie_Rumiko__serious\">\n\"이곳이 선생님께서 앞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실 교실이에요. 우리 학교의 전교생은 총 15명.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초등학생과 중학생, 모든 학년이 이 하나의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복식 학급'으로 운영된다는 점이죠.\"\n\n치에의 목소리가 조금 전의 가벼운 톤에서 벗어나, 교사로서의 진지함을 띠기 시작했다.\n\n<img src=\"Chie_Rumiko__thinking\">\n\"처음에는 이 시스템이 굉장히 낯설고 혼란스러우실 거예요.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복잡한 수학 공식을 설명하고,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한자 쓰기를 시켜야 하거든요. 제가 한 학년을 가르치는 동안, 다른 학년 아이들은 내어준 과제나 자습을 해야 한답니다.\"\n\n그녀는 교탁 근처로 다가가 분필이 놓인 칠판을 가볍게 쓰다듬었다.\n\n<img src=\"Chie_Rumiko__smile\">\n\"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아주 잘 적응해 있답니다. 오히려 이런 복식 학급만의 놀라운 장점이 있어요. 바로 윗학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아래 학년 동생들을 돌보고 가르쳐준다는 거죠.\"\n\n치에의 눈망울이 기특함으로 반짝였다. \n\n<img src=\"Chie_Rumiko__proud\">\n\"제가 중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느라 바쁠 때, 고학년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어린 동생들의 모르는 문제를 설명해 주거나 글씨 연습을 도와준답니다. 쉬는 시간에도, 방과 후에도 아이들은 나이 차이에 상관없이 마치 진짜 형제자매처럼 어울려 놀아요. 도시의 큰 학교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정말 따뜻하고 끈끈한 유대감이 이곳에는 존재한답니다.\"\n\n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운동장을 내다보았다. 모래가 깔린 소박한 흙바닥 운동장. 그 너머로는 끝없이 펼쳐진 히나미자와의 푸른 산등성이가 웅장하게 솟아 있었다.\n\n<img src=\"Chie_Rumiko__default\">\n\"물론, 아이들이 항상 말 잘 듣는 천사들인 것만은 아니에요. 가끔은 터무니없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이라며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하죠. 그럴 땐 저도 무섭게 화를 내야 하지만요.\"\n\n치에는 양손을 허리에 얹으며 엄격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n\n<img src=\"Chie_Rumiko__giggling\">\n\"그래도 다들 심성은 너무나 착하고 맑은 아이들이에요. 선생님도 금방 우리 아이들과 친해지실 수 있을 거예요. 마을 사람들도 모두 이웃사촌처럼 지내니까, 혹시라도 생활하시면서 불편한 점이 있거나 마을에 대해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지 저나 교장 선생님, 아니면 마을 분들에게 물어보세요. 다들 기꺼이 도와주실 테니까요.\"\n\n치에는 한참 동안의 긴 설명을 마치고는, 다시 교실 문을 나서 복도를 향해 섰다. 멀리서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등교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이었다.\n\n치에 루미코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의 특유의 부드럽고도 친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침 햇살이 그녀의 푸른 머리카락 위로 눈부시게 부서져 내렸다.\n\n<img src=\"Chie_Rumiko__smile\">\n\"제가 너무 혼자서만 떠들었나요? 학교 시설이나 수업 방식, 혹은 마을에 대해서...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n\n<SceanInfo>[Date: 1983/05/30 (Mon)|Time: 07:30|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복도|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if {{equal::{{getvar::finalChoice}}::2_9}}}}\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Onikak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  {{#if {{equal::{{getvar::finalChoice}}::3_9}}}}\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Watanaga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 \n  {{#if {{equal::{{getvar::finalChoice}}::4_1}}}}\n  {{#if {{equal::{{getvar::var_ts_keiichi}}::2}}}}\n맴맴맴맴맴......\n\n때 이른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열기로 달아오른 창문을 넘어와 교실 안을 끈적하게 채우고 있었다.\n방과 후의 히나미자와 분교. 평소라면 부활동의 열기로 떠들썩해야 할 이 낡은 목조 교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짓눌려 있었다. \n\n칠판에 묻은 분필 가루의 냄새.\n오래된 마룻바닥에서 피어오르는 퀴퀴한 나무의 향기.\n그리고, 턱밑을 타고 흘러내리는 찝찝한 땀방울.\n\n그 모든 일상적인 감각들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독하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교실 한가운데에 선 마에바라 케이이치의 거칠어진 숨소리만이, 매미 소리의 틈새를 비집고 불규칙하게 울려 퍼지고 있을 뿐이었다.\n\n이것은 회의가 아니었다. \n논의조차 아니었다.\n이것은 그저,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한 소녀의 맹목적인 발버둥에 불과했다.\n\n사토코를 구해야 한다.\n그 망할 숙부, 호죠 텟페이의 마수로부터 어떻게든 사토코를 끄집어내야만 한다. 그 강박적인 사명감이 케이이치의 시야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세상은 오직 두 가지로만 나뉘어 있었다. 사토코를 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것.\n\n하지만, 동료라고 굳게 믿었던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케이이치의 끓어오르는 열망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었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angry\">\n\"흥! 뭐, 좋아. 백보 양보해서 이리에 감독이 사토코 숙부 대신에 사토코를 맡는 것에 오케이 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래도 안돼! 보호자는 독신이면 안된다고!\"\n\n미온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가시가 돋쳐 있었다. 평소의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부장으로서의 미온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든 케이이치의 그 어설프고 얄팍한 환상을 깨부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n\n어린아이를 입양하고 보호한다는 것.\n그것이 얼마나 무겁고, 얼마나 복잡하며, 어른들의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절차와 책임을 요구하는 일인지. 미온은 그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케이이치의 저 순진무구한 주장을 용납할 수 없었다.\n\n\"그치? 간단하지 않아! 사람 하나를 떠맡는 일은! 누군가에게 떠넘기려는 생각이 애당초 글렀다고! 생각이 얕아, 케이쨩은!\"\n\n쾅!\n\n케이이치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낡은 책상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고, 필통 속의 연필들이 달그락거리며 부딪혔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enraged\">\n\"뭐야, 망할, 망할! 나는 필사적으로 사토코를 구할 생각 뿐인데 다들 안된다, 안된다 소리만 하고!\"\n\n케이이치의 눈동자에는 명백한 분노와, 그보다 더 깊은 배신감이 일렁이고 있었다.\n왜? 어째서?\n왜 다들 안 된다고만 하는 거지?\n지금 당장 지옥 같은 집에서 고통받고 있을 사토코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건가? 이렇게 한가하게 법률이나 어른들의 사정 따위나 늘어놓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n\n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감각. \n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 결국 최악의 형태로 그녀의 입술을 뚫고 튀어나왔다.\n\n\"너희들, 사실 사토코 따위는 어찌 되든 좋지?!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거잖아?! 그렇지!\"\n\n싸아아아아아아아.........\n\n바람이 불었다. \n열어둔 창문 너머로 미지근한 바람이 훅 끼쳐 들어오며, 교실 안의 공기를 무겁게 흔들었다.\n그것은 절대로, 절대로 입 밖으로 내어선 안 될 금기였다. 친구를 의심하는 말. 그들의 유대를 뿌리째 흔들어버리는 폭언. 케이이치 자신도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심장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브레이크가 망가진 그녀의 감정은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n\n미온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n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명백한 상처였다. \n가장 아끼는 친구에게서,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비수를 맞은 자의 고통.\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sad\">\n\"그런...! 그런건... 아니야! 하지만... 그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야...!\"\n\n미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변명은 필사적이었지만, 불이 붙어버린 케이이치의 귀에는 그저 비겁한 자의 도망치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angry\">\n\"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잖아! 유복한 녀석이 잠시 사토코를 돌봐주면 된다. 그 뿐이잖아!\"\n\n유복한 녀석.\n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케이이치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n그래, 돈. 권력. 재력.\n사람 하나를 거두는 데 필요한 것이 고작 그런 어른들의 현실적인 조건이라면, 그것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인간이 바로 눈앞에 있지 않은가.\n\n\"맞다... 미온 너희 집은 어때? 너 분명 무척 훌륭한 집안이라고 자랑했잖아?!\"\n\n그것은 확신에 찬 공격이었다. \n소노자키 가문. \n히나미자와를 쥐락펴락하는 절대적인 권력자. 마을의 모든 대소사를 결정짓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가진 명가 중의 명가. 그런 소노자키 가문이라면, 고작 어린아이 하나를 떠맡는 것쯤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일 것이다. \n케이이치의 얼굴에 일순간 희망의 빛이 번졌다. 완벽한 해결책을 찾았다는 듯한 그 폭력적인 순진함이, 미온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nervous\">\n\"우,우리집?! 안돼, 안돼! 그런거... 할머니가 허락하실 리 없어!\"\n\n미온은 마치 뜨거운 불덩이라도 만진 사람처럼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n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n할머니. 소노자키 오료. \n그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절대적인 무게와 공포를 케이이치는 알지 못한다. 호죠 가문을 향한 마을의 증오, 그리고 그 선두에 서 있는 소노자키 가문의 입장. 미온이 사토코를 데리고 가문을 설득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아니, 애초에 논의조차 될 수 없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n\n하지만 그 절박한 사정을 알 리 없는 케이이치는, 오히려 미온의 거절을 '도피'로 규정해버렸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annoyed\">\n\"그럼 오키노미야에 있는 부모님 집은 어때?! 시내에도 친척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잔뜩 있다며!\"\n\n도망칠 곳은 없다. 어떻게든 대답해라. 책임을 져라.\n그녀의 말들은 융단폭격처럼 미온을 향해 쏟아졌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scared\">\n\"아...안돼안돼안돼앳! 오키노미야의 집은 더더욱 안돼! 우리 아버지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거야!\"\n\n미온의 목소리가 완전히 갈라져 비명처럼 튀어나왔다. \n머리를 감싸 쥔 그녀의 모습은, 거대한 권력의 후계자가 아니라 그저 잔혹한 현실 앞에 짓눌린 연약한 소녀에 불과했다. 하지만 케이이치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지금 여기서 멈추면, 사토코를 구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n그녀의 불안감은, 미온을 향한 무자비한 매도로 둔갑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disgusted\">\n\"이거 봐, 이거 봐, 이거봐! 평소에는 실컷 거물인 척 자랑하더니, 이제 와서는 약한 척이야?! 도대체 뭔데?!\"\n\n찌직... 찌지직...\n\n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불길한 환청이 교실 안을 맴돌았다.\n우정의 끈이.\n신뢰의 바닥이.\n돌이킬 수 없는 형태로 파괴되어 가는 소리.\n\n\"너, 사토코를 못 본 체할 셈이야?!\"\n\n정곡을 찌르는 단도.\n미온의 가슴에 가장 깊숙이 박혀 들어가는 저주의 말.\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pleading\">\n\"그, 그럴 생각은 없어...! 나도 사토코를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이야기가...\"\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enraged\">\n\"이야기가 다르다고?! 차가운 놈! 친구의 위기잖아?! 지금 구해주지 않으면 뭐야?! 부장이잖아! 구해주라고!\"\n\n침을 튀겨가며 윽박지르는 케이이치의 얼굴은 악귀와도 같았다. \n그녀의 논리는 단순하고 폭력적이었다. \n네가 부장이니까. 네가 권력자니까. 네가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해. 하지 않으면 너는 쓰레기야. \n자신이 짊어질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타인의 어깨에 억지로 짓누르며, 그것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추악한 광경.\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angry\">\n\"지금 안 구해주면 친구도 아냐, 사람도 아냐! 네 인간성이 의심된다고! 듣고있냐!\"\n\n더 이상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미온. \n그녀의 꽉 쥔 주먹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그 침묵이 케이이치의 화를 더욱 부추겼다.\n\n\"왜 계속 입 다물고 있냐고! 듣고 있냐고, 이 새끼야! 뭐야?! 뭐든 말해 보라고! 소노자키 미온!\"\n\n폭발하듯 터져 나온 마지막 일갈.\n그리고.\n\n뚝... 투둑. 투두둑.\n\n마룻바닥으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n아주 작지만, 너무나도 선명한 파열음.\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crying\">\n\"으...흣...흑...으흑...!\"\n\n미온이 울고 있었다.\n늘 당당하고, 남자아이들보다 더 씩씩하게 웃으며 부원들을 이끌던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억눌러 토해내고 있었다.\n그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케이이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도와주고 싶지만 도와줄 수 없는 뼈를 깎는 무력감. 가문의 이름에 짓눌려 친구를 외면해야만 하는 자신의 비참함. 그리고 자신이 가장 의지하고 싶었던 사람으로부터 날아온 무자비한 멸시.\n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눈물이 되어 마룻바닥을 검게 적시고 있었다.\n\n\"......\"\n\n순간, 교실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n아니, 매미 소리는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인간이 만들어내던 소음이 완벽하게 소거되었다.\n케이이치조차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듯, 멍한 표정으로 입을 반쯤 벌린 채 미온의 우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n그녀의 안에서 날뛰던 폭력적인 정의감이, 미온의 눈물 앞에서 길을 잃고 허공을 맴돌았다. \n\n자신이 이긴 건가? \n아니, 이건 이긴 게 아니다. 그저 부순 것뿐이다.\n\n그 어색하고 숨 막히는 침묵의 공기를 찢고 나온 것은,\n지금껏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그림자 속에 조용히 서 있던, 또 다른 소녀의 목소리였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erious\">\n\"...케이쨩, 미이쨩 집이 안 되면, 다른 유복한 집을 찾는건 어때? 나, 히나미자와에서 훌륭한 저택을 짓고 사는 사람을 알아.\"\n\n낮았다.\n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분하고, 온기라고는 단 1도 느껴지지 않는 영하의 목소리.\n평소의 '하우~' 하며 볼을 붉히던 사랑스러운 소녀, 류구 레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죄인의 목에 칼날을 들이미는 처형인의 선고와도 같았다.\n\n레나의 시선이 케이이치를 향해 천천히 꽂혔다. \n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명백한 적의와 경멸이 얼어붙어 있었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contemptuous\">\n\"너 말이야. 너. 정말 뻔뻔하네. 본인도 그런 집에 살면서, 자기 집만은 모른척 할셈?\"\n\n챙!\n\n그것은 마치 귓가에서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듯한 충격이었다.\n케이이치의 몸이 굳어버렸다. 호흡이 멈췄다. \n뇌가 레나의 말을 인지하는 데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n\n우리 집...?\n마에바라 저택...?\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urprised\">\n\"우...우리집 말야? 우리 집은...\"\n\n당황한 케이이치의 입에서 바람 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n그녀의 뇌리에 도쿄에서 이사 올 때 지어진 자신의 집이 떠올랐다. \n모델하우스를 그대로 사들여 온,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고 이질적이며 거대한 서양식 저택. 마을 사람들이 부러움과 질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거대한 집. \n레나의 말대로였다. 재력과 생활 공간이라는 물리적 조건만 따진다면, 마에바라 가문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조건이었다.\n\n하지만... 하지만 그건.\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indifferent\">\n\"친구라며? 케이쨩이 구해줘. 미이쨩은 차가운 사람이라 안 되니까. 그럼 친구 바라기인 케이쨩이 모범을 보여주면 되겠네?\"\n\n레나는 도망칠 틈을 주지 않았다. \n그녀는 케이이치가 미온에게 들이밀었던 그 잔혹한 논리의 창끝을, 그대로 빙글 돌려 케이이치의 심장 정중앙에 찔러 넣었다.\n한 자 한 자 끊어 말하는 그녀의 억양에는, 케이이치의 위선에 대한 분노가 짙게 깔려 있었다.\n\n\"그렇게 큰 집에 고작 가족 3명 살고 있지? 그럼 빈방 따윈 얼마든지 있겠네. 남는 방 몇 개 정도, 사토코쨩한테 주면 되잖아.\"\n\n\"어...? 아, 아니...\"\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mirk\">\n\"그러면 편하게 고민은 해결! 어라, 뭐야? 싱거운 이야기였네! 해결!\"\n\n레나가 과장된 몸짓으로 손뼉을 쳤다. \n그 경쾌한 마찰음이, 교실 안을 섬뜩하게 울렸다. 전혀 웃고 있지 않은 눈동자, 조소로 비틀린 입술. 그녀는 지금 전력을 다해 마에바라 케이이치라는 인간의 알량한 바닥을 파헤치고, 그것을 벌거벗겨 전시하고 있었다.\n\n\"그럼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지?!\"\n\n끝났다.\n논리는 완벽하게 붕괴되었다.\n\n방금 전까지 미온을 몰아세우던 케이이치의 논리, '능력이 있으면서 돕지 않는 자는 쓰레기다'라는 그 절대적인 잣대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그녀의 목통을 조이고 있었다.\n왜 자신은 한 번도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n왜 '자신'이 사토코를 집에 데려간다는 발상조차 하지 못한 채, 미온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었을까?\n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테니까? \n그렇다면 어째서 미온의 부모님은 허락할 거라고 아주 당연하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건가?\n\n위선자.\n비겁자.\n스스로의 손은 더럽히지 않은 채, 정의의 사도 행세를 하며 타인을 난도질한 추악한 광대.\n\n자신의 진짜 모습이 발가벗겨지는 공포.\n레나의 압도적인 논리 앞에, 케이이치의 자아는 산산이 조각나 흩어지고 있었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angry\">\n\"...뭐라고 말이라도 해볼래?! 나 혼자만 떠드는 거야?! 입 다물고 있으면 안되지, 듣고 있어? 마에바라 케이이치!\"\n\n레나의 사나운 일갈이 쐐기를 박듯 날아들었다.\n\n\"아...\"\n\n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n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현기증이 일었다.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n할 말이 없었다.\n아니,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끔찍한 자기모순과 변명으로 전락할 뿐이었다. \n미온의 흐느끼는 소리, 레나의 차가운 시선, 교실을 메우는 잔인한 쓰르라미 소리가 그녀의 숨통을 조였다.\n\n도망치고 싶다.\n누군가 제발, 이 지옥 같은 압박감 속에서 나를 구원해 주기를.\n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이 필사적인 마음을 이해해 주기를.\n\n완전히 궁지에 몰린, 철저하게 파괴당한 소녀의 텅 빈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기 시작했다.\n갈 곳을 잃고 요동치던 그녀의 시선이,\n\n이윽고,\n\n방향을 잃고 떠돌다 멈춘 곳.\n이 숨 막히는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비난도,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n그녀는 우물쭈물하며, 마침내 당신을 바라보았다.\n\n<SceanInfo>[Date: 1983/06/11 (Sat)|Time: 16:35|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교실|Fragment: Tatarigoroshi|Main Character/Outfit: Rena/Uniform, Mion/Uniform, Rika/Uniform, Keiichi/Uniform]</SceanInfo>\n\t{{/if}}\n  {{/if}}  \n  {{#if {{equal::{{getvar::finalChoice}}::4_1}}}}\n  {{#if {{equal::{{getvar::var_ts_keiichi_off}}::2}}}}\n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n\n때 이른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열기로 달아오른 창문을 넘어와 교실 안을 끈적하게 채우고 있었다.\n방과 후의 히나미자와 분교. 평소라면 부활동의 열기로 떠들썩해야 할 이 낡은 목조 교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짓눌려 있었다. \n\n칠판에 묻은 분필 가루의 냄새.\n오래된 마룻바닥에서 피어오르는 퀴퀴한 나무의 향기.\n그리고, 턱밑을 타고 흘러내리는 찝찝한 땀방울.\n\n그 모든 일상적인 감각들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독하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교실 한가운데에 선 마에바라 케이이치의 거칠어진 숨소리만이, 매미 소리의 틈새를 비집고 불규칙하게 울려 퍼지고 있을 뿐이었다.\n\n이것은 회의가 아니었다. \n논의조차 아니었다.\n이것은 그저,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한 소년의 맹목적인 발버둥에 불과했다.\n\n사토코를 구해야 한다.\n그 망할 숙부, 호죠 텟페이의 마수로부터 어떻게든 사토코를 끄집어내야만 한다. 그 강박적인 사명감이 케이이치의 시야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오직 두 가지로만 나뉘어 있었다. 사토코를 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것.\n\n하지만, 동료라고 굳게 믿었던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케이이치의 끓어오르는 열망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었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angry\">\n\"흥! 뭐, 좋아. 백보 양보해서 이리에 감독이 사토코 숙부 대신에 사토코를 맡는 것에 오케이 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래도 안돼! 보호자는 독신이면 안된다고!\"\n\n미온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가시가 돋쳐 있었다. 평소의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부장으로서의 미온이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어떻게든 케이이치의 그 어설프고 얄팍한 환상을 깨부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n\n어린아이를 입양하고 보호한다는 것.\n그것이 얼마나 무겁고, 얼마나 복잡하며, 어른들의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절차와 책임을 요구하는 일인지. 미온은 그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케이이치의 저 순진무구한 주장을 용납할 수 없었다.\n\n\"그치? 간단하지 않아! 사람 하나를 떠맡는 일은! 누군가에게 떠넘기려는 생각이 애당초 글렀다고! 생각이 얕아, 케이쨩은!\"\n\n쾅!\n\n케이이치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낡은 책상이 비명을 지르며 흔들렸고, 필통 속의 연필들이 달그락거리며 부딪혔다.\n\n<img src=\"Maebara_Keiichi__enraged\">\n\"뭐야, 망할, 망할! 나는 필사적으로 사토코를 구할 생각 뿐인데 다들 안된다, 안된다 소리만 하고!\"\n\n케이이치의 눈동자에는 명백한 분노와, 그보다 더 깊은 배신감이 일렁이고 있었다.\n왜? 어째서?\n왜 다들 안 된다고만 하는 거지?\n지금 당장 지옥 같은 집에서 고통받고 있을 사토코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건가? 이렇게 한가하게 법률이나 어른들의 사정 따위나 늘어놓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n\n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감각. \n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이, 결국 최악의 형태로 그의 입술을 뚫고 튀어나왔다.\n\n\"너희들, 사실 사토코 따위는 어찌 되든 좋지?!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거잖아?! 그렇지!\"\n\n싸아아아아아아아.........\n\n바람이 불었다. \n열어둔 창문 너머로 미지근한 바람이 훅 끼쳐 들어오며, 교실 안의 공기를 무겁게 흔들었다.\n그것은 절대로, 절대로 입 밖으로 내어선 안 될 금기였다. 친구를 의심하는 말. 그들의 유대를 뿌리째 흔들어버리는 폭언. 케이이치 자신도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심장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브레이크가 망가진 그의 감정은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n\n미온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n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명백한 상처였다. \n가장 아끼는 친구에게서,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비수를 맞은 자의 고통.\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sad\">\n\"그런...! 그런건... 아니야! 하지만... 그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야...!\"\n\n미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변명은 필사적이었지만, 불이 붙어버린 케이이치의 귀에는 그저 비겁한 자의 도망치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n\n<img src=\"Maebara_Keiichi__angry\">\n\"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잖아! 유복한 녀석이 잠시 사토코를 돌봐주면 된다. 그 뿐이잖아!\"\n\n유복한 녀석.\n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케이이치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n그래, 돈. 권력. 재력.\n사람 하나를 거두는 데 필요한 것이 고작 그런 어른들의 현실적인 조건이라면, 그것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인간이 바로 눈앞에 있지 않은가.\n\n\"맞다... 미온 너희 집은 어때? 너 분명 무척 훌륭한 집안이라고 자랑했잖아?!\"\n\n그것은 확신에 찬 공격이었다. \n소노자키 가문. \n히나미자와를 쥐락펴락하는 절대적인 권력자. 마을의 모든 대소사를 결정짓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가진 명가 중의 명가. 그런 소노자키 가문이라면, 고작 어린아이 하나를 떠맡는 것쯤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일 것이다. \n케이이치의 얼굴에 일순간 희망의 빛이 번졌다. 완벽한 해결책을 찾았다는 듯한 그 폭력적인 순진함이, 미온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nervous\">\n\"우,우리집?! 안돼, 안돼! 그런거... 할머니가 허락하실 리 없어!\"\n\n미온은 마치 뜨거운 불덩이라도 만진 사람처럼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n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갔다. \n할머니. 소노자키 오료. \n그 이름이 내포하고 있는 절대적인 무게와 공포를 케이이치는 알지 못한다. 호죠 가문을 향한 마을의 증오, 그리고 그 선두에 서 있는 소노자키 가문의 입장. 미온이 사토코를 데리고 가문을 설득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운, 아니, 애초에 논의조차 될 수 없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n\n하지만 그 절박한 사정을 알 리 없는 케이이치는, 오히려 미온의 거절을 '도피'로 규정해버렸다.\n\n<img src=\"Maebara_Keiichi__annoyed\">\n\"그럼 오키노미야에 있는 부모님 집은 어때?! 시내에도 친척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잔뜩 있다며!\"\n\n도망칠 곳은 없다. 어떻게든 대답해라. 책임을 져라.\n그의 말들은 융단폭격처럼 미온을 향해 쏟아졌다.\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scared\">\n\"아...안돼안돼안돼앳! 오키노미야의 집은 더더욱 안돼! 우리 아버지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거야!\"\n\n미온의 목소리가 완전히 갈라져 비명처럼 튀어나왔다. \n머리를 감싸 쥔 그녀의 모습은, 거대한 권력의 후계자가 아니라 그저 잔혹한 현실 앞에 짓눌린 연약한 소녀에 불과했다. 하지만 케이이치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지금 여기서 멈추면, 사토코를 구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n그의 불안감은, 미온을 향한 무자비한 매도로 둔갑했다.\n\n<img src=\"Maebara_Keiichi__disgusted\">\n\"이거 봐, 이거 봐, 이거봐! 평소에는 실컷 거물인 척 자랑하더니, 이제 와서는 약한 척이야?! 도대체 뭔데?!\"\n\n찌직... 찌지직...\n\n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불길한 환청이 교실 안을 맴돌았다.\n우정의 끈이.\n신뢰의 바닥이.\n돌이킬 수 없는 형태로 파괴되어 가는 소리.\n\n\"너, 사토코를 못 본 체할 셈이야?!\"\n\n정곡을 찌르는 단도.\n미온의 가슴에 가장 깊숙이 박혀 들어가는 저주의 말.\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pleading\">\n\"그, 그럴 생각은 없어...! 나도 사토코를 도와주고 싶어?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이야기가...\"\n\n<img src=\"Maebara_Keiichi__enraged\">\n\"이야기가 다르다고?! 차가운 놈! 친구의 위기잖아?! 지금 구해주지 않으면 뭐야?! 부장이잖아! 구해주라고!\"\n\n침을 튀겨가며 윽박지르는 케이이치의 얼굴은 악귀와도 같았다. \n그의 논리는 단순하고 폭력적이었다. \n네가 부장이니까. 네가 권력자니까. 네가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해. 하지 않으면 너는 쓰레기야. \n자신이 짊어질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타인의 어깨에 억지로 짓누르며, 그것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추악한 광경.\n\n<img src=\"Maebara_Keiichi__angry\">\n\"지금 안 구해주면 친구도 아냐, 사람도 아냐! 네 인간성이 의심된다고! 듣고있냐!\"\n\n더 이상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미온. \n그녀의 꽉 쥔 주먹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그 침묵이 케이이치의 화를 더욱 부추겼다.\n\n\"왜 계속 입 다물고 있냐고! 듣고 있냐고, 이 새끼야! 뭐야?! 뭐든 말해 보라고! 소노자키 미온!\"\n\n폭발하듯 터져 나온 마지막 일갈.\n그리고.\n\n뚝... 투둑. 투두둑.\n\n마룻바닥으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n아주 작지만, 너무나도 선명한 파열음.\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crying\">\n\"으...흣...흑...으흑...!\"\n\n미온이 울고 있었다.\n늘 당당하고, 남자아이들보다 더 씩씩하게 웃으며 부원들을 이끌던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억눌러 토해내고 있었다.\n그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케이이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도와주고 싶지만 도와줄 수 없는 뼈를 깎는 무력감. 가문의 이름에 짓눌려 친구를 외면해야만 하는 자신의 비참함. 그리고 자신이 가장 의지하고 싶었던 사람으로부터 날아온 무자비한 멸시.\n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눈물이 되어 마룻바닥을 검게 적시고 있었다.\n\n\"......\"\n\n순간, 교실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n아니, 매미 소리는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인간이 만들어내던 소음이 완벽하게 소거되었다.\n케이이치조차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듯, 멍한 표정으로 입을 반쯤 벌린 채 미온의 우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n그의 안에서 날뛰던 폭력적인 정의감이, 미온의 눈물 앞에서 길을 잃고 허공을 맴돌았다. \n\n자신이 이긴 건가? \n아니, 이건 이긴 게 아니다. 그저 부순 것뿐이다.\n\n그 어색하고 숨 막히는 침묵의 공기를 찢고 나온 것은,\n지금껏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그림자 속에 조용히 서 있던, 또 다른 소녀의 목소리였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erious\">\n\"...케이이치 군, 미이쨩 집이 안 되면, 다른 유복한 집을 찾는건 어때? 나, 히나미자와에서 훌륭한 저택을 짓고 사는 사람을 알아.\"\n\n낮았다.\n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분하고, 온기라고는 단 1도 느껴지지 않는 영하의 목소리.\n평소의 '하우~' 하며 볼을 붉히던 사랑스러운 소녀, 류구 레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죄인의 목에 칼날을 들이미는 처형인의 선고와도 같았다.\n\n레나의 시선이 케이이치를 향해 천천히 꽂혔다. \n그녀의 푸른 눈동자에는 명백한 적의와 경멸이 얼어붙어 있었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contemptuous\">\n\"너 말이야. 너. 정말 뻔뻔하네. 본인도 그런 집에 살면서, 자기 집만은 모른척 할셈?\"\n\n챙!\n\n그것은 마치 귓가에서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듯한 충격이었다.\n케이이치의 몸이 굳어버렸다. 호흡이 멈췄다. \n뇌가 레나의 말을 인지하는 데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n\n우리 집...?\n마에바라 저택...?\n\n<img src=\"Maebara_Keiichi__surprised\">\n\"우...우리집 말야? 우리 집은...\"\n\n당황한 케이이치의 입에서 바람 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n그의 뇌리에 도쿄에서 이사 올 때 지어진 자신의 집이 떠올랐다. \n모델하우스를 그대로 사들여 온,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고 이질적이며 거대한 서양식 저택. 마을 사람들이 부러움과 질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거대한 집. \n레나의 말대로였다. 재력과 생활 공간이라는 물리적 조건만 따진다면, 마에바라 가문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조건이었다.\n\n하지만... 하지만 그건.\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indifferent\">\n\"친구라며? 케이이치 군이 구해줘. 미이쨩은 차가운 사람이라 안 되니까. 그럼 친구 바라기인 케이이치 군이 모범을 보여주면 되겠네?\"\n\n레나는 도망칠 틈을 주지 않았다. \n그녀는 케이이치가 미온에게 들이밀었던 그 잔혹한 논리의 창끝을, 그대로 빙글 돌려 케이이치의 심장 정중앙에 찔러 넣었다.\n한 자 한 자 끊어 말하는 그녀의 억양에는, 케이이치의 위선에 대한 분노가 짙게 깔려 있었다.\n\n\"그렇게 큰 집에 고작 가족 3명 살고 있지? 그럼 빈방 따윈 얼마든지 있겠네. 남는 방 몇 개 정도, 사토코쨩한테 주면 되잖아.\"\n\n\"어...? 아, 아니...\"\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smirk\">\n\"그러면 편하게 고민은 해결! 어라, 뭐야? 싱거운 이야기였네! 해결!\"\n\n레나가 과장된 몸짓으로 손뼉을 쳤다. \n그 경쾌한 마찰음이, 교실 안을 섬뜩하게 울렸다. 전혀 웃고 있지 않은 눈동자, 조소로 비틀린 입술. 그녀는 지금 전력을 다해 마에바라 케이이치라는 인간의 알량한 바닥을 파헤치고, 그것을 벌거벗겨 전시하고 있었다.\n\n\"그럼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지?!\"\n\n끝났다.\n논리는 완벽하게 붕괴되었다.\n\n방금 전까지 미온을 몰아세우던 케이이치의 논리, '능력이 있으면서 돕지 않는 자는 쓰레기다'라는 그 절대적인 잣대가,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그의 목통을 조이고 있었다.\n왜 자신은 한 번도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n왜 '자신'이 사토코를 집에 데려간다는 발상조차 하지 못한 채, 미온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었을까?\n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실 테니까? \n그렇다면 어째서 미온의 부모님은 허락할 거라고 아주 당연하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건가?\n\n위선자.\n비겁자.\n스스로의 손은 더럽히지 않은 채, 정의의 사도 행세를 하며 타인을 난도질한 추악한 광대.\n\n자신의 진짜 모습이 발가벗겨지는 공포.\n레나의 압도적인 논리 앞에, 케이이치의 자아는 산산이 조각나 흩어지고 있었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angry\">\n\"...뭐라고 말이라도 해볼래?! 나 혼자만 떠드는 거야?! 입 다물고 있으면 안되지, 듣고 있어? 마에바라 케이이치!\"\n\n레나의 사나운 일갈이 쐐기를 박듯 날아들었다.\n\n\"아...\"\n\n케이이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n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현기증이 일었다.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n할 말이 없었다.\n아니,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끔찍한 자기모순과 변명으로 전락할 뿐이었다. \n미온의 흐느끼는 소리, 레나의 차가운 시선, 교실을 메우는 잔인한 쓰르라미 소리가 그의 숨통을 조였다.\n\n도망치고 싶다.\n누군가 제발, 이 지옥 같은 압박감 속에서 나를 구원해 주기를.\n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나의 이 필사적인 마음을 이해해 주기를.\n\n완전히 궁지에 몰린, 철저하게 파괴당한 소년의 텅 빈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기 시작했다.\n갈 곳을 잃고 요동치던 그의 시선이,\n\n이윽고,\n\n방향을 잃고 떠돌다 멈춘 곳.\n이 숨 막히는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비난도,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n그는 우물쭈물하며, 마침내 당신을 바라보았다.\n\n<SceanInfo>[Date: 1983/06/11 (Sat)|Time: 16:35|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교실|Fragment: Tatarigoroshi|Main Character/Outfit: Rena/Uniform, Mion/Uniform, Rika/Uniform]</SceanInfo>\n\t{{/if}}\n  {{/if}}  \n  {{#if {{equal::{{getvar::finalChoice}}::4_2}}}}\n  {{#if {{equal::{{getvar::var_ts_keiichi}}::2}}}}\n오후의 교실은 나른했다.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초여름의 햇살은 칠판을 희뿌옇게 물들였고, 교탁 앞에서 들려오는 치에 선생님의 평탄한 목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교실 안을 부유하고 있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히나미자와 분교의 일상적인 풍경.\n\n하지만 마에바라 케이이치의 세계는, 그 평화로운 풍경에서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었다.\n\n사각, 사각, 사각.\n\n케이이치의 시선은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샤프펜슬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무의미한 기하학적 무늬들을 덧칠하고, 지우고, 다시 새겨넣기를 반복했다. 아니, 그것은 무의미한 낙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치밀한 계산식이었고, 잔혹한 공정표였다.\n\n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돌린다.\n호죠 가의 구조. 놈의 생활 패턴.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데 필요한 궤적과 힘. 두개골이 함몰되고 뇌수가 흩뿌려지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그 역겨운 고깃덩어리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영원히 치워버리는 데 필요한 동선까지.\n\n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모든 우발적 상황을 소거한 끝에 도출된 단 하나의 명확한 숫자.\n\n'놈을 죽이는데 필요한 추정 소요시간은 1500초.'\n\n그래, 1500초다. 단 25분. \n사토코를 그 지옥 같은 구렁텅이에서 끌어내고, 그 더러운 숙부 놈을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지워버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그뿐이었다. 너무나도 짧고, 너무나도 간단명료한 숫자. 그 숫자를 도출해 낸 순간, 케이이치의 입가에 기묘한 희열이 어렸다.\n\n틱, 틱, 틱.\n\n샤프펜슬의 꽁무니를 누르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n그것은 초침 소리 같기도 했고,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카운트다운 같기도 했다. 호죠 텟페이, 그 쓰레기 같은 인간 말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숨을 쉬며 사토코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겠지. 하지만 그 끔찍한 괴물조차도, 지금 케이이치의 노트 위에서는 한낱 종잇장처럼 얄팍한 존재로 전락해 있었다.\n\n'따라서 놈이 얼마나 더 살아 숨쉴지는, 어디까지나 내 손에 달린 문제야.'\n\n전능감. \n그래, 이것은 신이 된 것만 같은 전능감이었다. 아동상담소의 무능한 어른들도, 촌장이나 소노자키 가문 같은 마을의 실세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나 마에바라 케이이치는 단 15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 그 무력했던 어제까지의 자신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금의 케이이치는 차갑고 예리하게 벼려져 있었다.\n\n'내가 결심을 굳히면... 고작 1500초로 이 세상에서 사라질 존재에 불과해.'\n\n주먹을 꽉 쥔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통증조차 달콤하게 느껴졌다. \n한 번만 휘두르면 된다. 사토시가 남긴 그 배트로, 놈의 머리통을 박살 내버리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 악몽 같은 일상도, 사토코의 눈물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n\n'내가 결심만 하면... 놈의 남은 목숨은 고작 1500초.'\n\n노트 위에 적힌 숫자 '1500'을 거칠게 덧칠하며 케이이치는 속으로 비릿하게 웃었다. 놈의 목줄은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다. 내가 손아귀에 힘을 주는 순간, 놈의 숨통은 끊어진다. \n\n'하지만 놈은 여전히 살아있지...'\n\n왜인가? 왜 놈은 아직도 그 더러운 숨을 쉬며 히나미자와의 공기를 더럽히고 있는가? \n\n'어째서? 내가, 살려두었으니까. 내가 그 녀석의 삶을 아직 용납했기에.'\n\n이 얼마나 통쾌한 논리인가. 놈이 어제 살아있었던 것도, 오늘 살아있는 것도, 내일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전부 나 마에바라 케이이치가 유예를 주었기 때문이다.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는 놈의 목숨줄은, 실은 내 자비 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을 뿐이다.\n\n하지만 자비의 시간은 끝났다. \n사토코가 토악질을 하며 무너져 내렸던 어제,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어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마을이 그녀를 외면한다면, 신조차 그녀를 구원하지 않는다면.\n\n그렇다면 내가 직접 그 심판을 내리겠다.\n\n'내가... 허가를 취소한다면, 놈은 1500초 안에 죽어야만 한다.'\n\n분노와 살의가 임계점을 돌파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서늘한 계산식은 어느새 뜨거운 증오로 변해 펄펄 끓어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능한 신 따위, 이 마을에는 필요 없다. 사토코를 구하지 못하는 수호신 따위, 존재할 가치조차 없다. \n\n감정이 격랑처럼 요동치며 이성을 집어삼켰다. 머릿속에서만 맴돌아야 할 독백이, 통제력을 잃고 성대를 진동시켰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erious\">\n\"오야시로... 나, 마에바라 케이이치가 선언한다. 넌 히나미자와의 수호신 실격이야.\"\n\n...뚝.\n\n선명하고도 묵직한 목소리가, 평화롭던 교실의 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졌다. \n샤프펜슬의 심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케이이치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n\n방금, 무슨 소리가 났지? \n\n자신의 입술이 달싹였고, 혀가 움직였으며,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나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까지는 수 초의 시간이 걸렸다. 펄펄 끓던 살의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차갑게 식어 내렸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Uniform__surprised\">\n'설마... 소리 내서 말해버린 건가...?!'\n\n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케이이치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억지로 돌렸다. \n숨 막힐 듯한 정적. 치에 선생님의 판서 소리도, 아이들의 속닥거림도 순간적으로 멈춘 것만 같았다. 자신이 내뱉은 불경하고도 위험한 선언이 누구의 귀에 들어갔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기어올랐다.\n\n당황으로 점철된 케이이치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교실 안을 배회했다. \n그리고, \n\n그녀의 시선이 교실 한편에 앉아있는 {{user}}와 정면으로 얽혀 들었다.\n\n<SceanInfo>[Date: 1983/06/15 (Wed)|Time: 14:15|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교실|Fragment: Tatarigoroshi|Main Character/Outfit: Keiichi/Uniform]</SceanInfo>\n\t{{/if}}\n  {{/if}}  \n  {{#if {{equal::{{getvar::finalChoice}}::4_2}}}}\n  {{#if {{equal::{{getvar::var_ts_keiichi_off}}::2}}}}\n오후의 교실은 나른했다.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초여름의 햇살은 칠판을 희뿌옇게 물들였고, 교탁 앞에서 들려오는 치에 선생님의 평탄한 목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교실 안을 부유하고 있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히나미자와 분교의 일상적인 풍경.\n\n하지만 마에바라 케이이치의 세계는, 그 평화로운 풍경에서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었다.\n\n사각, 사각, 사각.\n\n케이이치의 시선은 책상 위에 펼쳐진 노트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샤프펜슬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무의미한 기하학적 무늬들을 덧칠하고, 지우고, 다시 새겨넣기를 반복했다. 아니, 그것은 무의미한 낙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치밀한 계산식이었고, 잔혹한 공정표였다.\n\n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돌린다.\n호죠 가의 구조. 놈의 생활 패턴.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데 필요한 궤적과 힘. 두개골이 함몰되고 뇌수가 흩뿌려지는 데 걸리는 시간. 그리고 그 역겨운 고깃덩어리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영원히 치워버리는 데 필요한 동선까지.\n\n모든 변수를 통제하고, 모든 우발적 상황을 소거한 끝에 도출된 단 하나의 명확한 숫자.\n\n'놈을 죽이는데 필요한 추정 소요시간은 1500초.'\n\n그래, 1500초다. 단 25분. \n사토코를 그 지옥 같은 구렁텅이에서 끌어내고, 그 더러운 숙부 놈을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지워버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그뿐이었다. 너무나도 짧고, 너무나도 간단명료한 숫자. 그 숫자를 도출해 낸 순간, 케이이치의 입가에 기묘한 희열이 어렸다.\n\n틱, 틱, 틱.\n\n샤프펜슬의 꽁무니를 누르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n그것은 초침 소리 같기도 했고,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카운트다운 같기도 했다. 호죠 텟페이, 그 쓰레기 같은 인간 말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숨을 쉬며 사토코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겠지. 하지만 그 끔찍한 괴물조차도, 지금 케이이치의 노트 위에서는 한낱 종잇장처럼 얄팍한 존재로 전락해 있었다.\n\n'따라서 놈이 얼마나 더 살아 숨쉴지는, 어디까지나 내 손에 달린 문제야.'\n\n전능감. \n그래, 이것은 신이 된 것만 같은 전능감이었다. 아동상담소의 무능한 어른들도, 촌장이나 소노자키 가문 같은 마을의 실세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나 마에바라 케이이치는 단 1500초 만에 해결할 수 있다. 그 무력했던 어제까지의 자신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금의 케이이치는 차갑고 예리하게 벼려져 있었다.\n\n'내가 결심을 굳히면... 고작 1500초로 이 세상에서 사라질 존재에 불과해.'\n\n주먹을 꽉 쥔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통증조차 달콤하게 느껴졌다. \n한 번만 휘두르면 된다. 사토시가 남긴 그 배트로, 놈의 머리통을 박살 내버리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 악몽 같은 일상도, 사토코의 눈물도,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n\n'내가 결심만 하면... 놈의 남은 목숨은 고작 1500초.'\n\n노트 위에 적힌 숫자 '1500'을 거칠게 덧칠하며 케이이치는 속으로 비릿하게 웃었다. 놈의 목줄은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다. 내가 손아귀에 힘을 주는 순간, 놈의 숨통은 끊어진다. \n\n'하지만 놈은 여전히 살아있지...'\n\n왜인가? 왜 놈은 아직도 그 더러운 숨을 쉬며 히나미자와의 공기를 더럽히고 있는가? \n\n'어째서? 내가, 살려두었으니까. 내가 그 녀석의 삶을 아직 용납했기에.'\n\n이 얼마나 통쾌한 논리인가. 놈이 어제 살아있었던 것도, 오늘 살아있는 것도, 내일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전부 나 마에바라 케이이치가 유예를 주었기 때문이다.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는 놈의 목숨줄은, 실은 내 자비 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을 뿐이다.\n\n하지만 자비의 시간은 끝났다. \n사토코가 토악질을 하며 무너져 내렸던 어제, 나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어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마을이 그녀를 외면한다면, 신조차 그녀를 구원하지 않는다면.\n\n그렇다면 내가 직접 그 심판을 내리겠다.\n\n'내가... 허가를 취소한다면, 놈은 1500초 안에 죽어야만 한다.'\n\n분노와 살의가 임계점을 돌파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서늘한 계산식은 어느새 뜨거운 증오로 변해 펄펄 끓어올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능한 신 따위, 이 마을에는 필요 없다. 사토코를 구하지 못하는 수호신 따위, 존재할 가치조차 없다. \n\n감정이 격랑처럼 요동치며 이성을 집어삼켰다. 머릿속에서만 맴돌아야 할 독백이, 통제력을 잃고 성대를 진동시켰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serious\">\n\"오야시로... 나, 마에바라 케이이치가 선언한다. 넌 히나미자와의 수호신 실격이야.\"\n\n...뚝.\n\n선명하고도 묵직한 목소리가, 평화롭던 교실의 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졌다. \n샤프펜슬의 심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케이이치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n\n방금, 무슨 소리가 났지? \n\n자신의 입술이 달싹였고, 혀가 움직였으며,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나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까지는 수 초의 시간이 걸렸다. 펄펄 끓던 살의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차갑게 식어 내렸다. \n\n<img src=\"Maebara_Keiichi__surprised\">\n'설마... 소리 내서 말해버린 건가...?!'\n\n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케이이치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억지로 돌렸다. \n숨 막힐 듯한 정적. 치에 선생님의 판서 소리도, 아이들의 속닥거림도 순간적으로 멈춘 것만 같았다. 자신이 내뱉은 불경하고도 위험한 선언이 누구의 귀에 들어갔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등줄기를 타고 기어올랐다.\n\n당황으로 점철된 케이이치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교실 안을 배회했다. \n그리고, \n\n그의 시선이 교실 한편에 앉아있는 {{user}}와 정면으로 얽혀 들었다.\n\n\n<SceanInfo>[Date: 1983/06/15 (Wed)|Time: 14:15|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교실|Fragment: Tatarigoro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t{{/if}}\n  {{/if}}  \n  {{#if {{equal::{{getvar::finalChoice}}::4_9}}}}\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Tatarigoro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  {{#if {{equal::{{getvar::finalChoice}}::5_1}}}}\n찌는 듯한 더위였다.\n아니, 덥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피부를 태울 듯이 내리쬐는 직사광선과, 폐부 깊숙한 곳까지 훅 끼쳐오는 짙은 녹음의 비릿한 냄새. 도쿄의 아스팔트 열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자연이 뿜어내는 원초적인 열기가 전신을 짓누르고 있었다.\n\n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맴\n\n그리고 귓가를 사정없이 때리는, 폭력적일 만큼 거대한 매미의 울음소리. \n이곳은 기후현의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 잡은 고립된 마을, '히나미자와'의 입구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이었다. 녹슨 표지판과, 색이 바랜 슬레이트 지붕이 얹어진 작은 낡은 대합실. 하루에 몇 대 오지도 않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만들어진, 세상의 끝자락에 버려진 듯한 장소.\n\n공안 수사관 아카사카 마모루는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냈다. \n관광객으로 위장하기 위해 가벼운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은 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마을이 품고 있는 기묘한 폐쇄성, 그리고 어젯밤 오오이시 형사에게 들었던 경고가 머릿속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었기 때문이다.\n\n그때였다.\n\n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렸다.\n아니, 발소리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작고 가벼운 기척이었다. \n아카사카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곳에는, 한 명의 소녀가 서 있었다.\n\n길게 늘어뜨린 보랏빛 머리카락. \n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고 체구에, 여름에 어울리는 가벼운 원피스를 입은 아이였다. \n마을의 아이인가? \n하지만, 기묘했다. 이 폭력적인 매미 울음소리와 숨 막히는 열기 속에서, 그 소녀의 주변만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고 서늘하게 느껴졌다. 티 없이 맑은 눈동자가, 일말의 경계심도 없이 아카사카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n\n침묵.\n기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n아카사카는 수사관으로서의 본능과, 평범한 어른으로서의 상식 사이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짧은 시간 동안 수십 번의 계산을 돌렸다.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하나? 아니면 길을 묻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해야 하나?\n\n그러나, 정적을 깬 것은 아카사카가 아니었다.\n\n<img src=\"Furude_Rika__Casual__default\">\n\".......미이\"\n\n소녀의 입술이 달싹이며, 작지만 분명한 소리가 흘러나왔다.\n\n'……미이?'\n\n아카사카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물음표가 떠올랐다.\n미이? 그게 무슨 뜻이지?\nme? 영어의 me를 말하는 건가? \n아니, 말도 안 된다. 이런 산골 마을의 어린아이가, 뜬금없이 외지인에게 영어로 자신을 지칭한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 마을 특유의 사투리인가? 아니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특별한 인사말 같은 건가? \n\n아카사카의 뛰어난 두뇌가, 그 단 하나의 의미 불명한 단어를 두고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n수사관의 철칙. 미지의 대상과 접촉할 때는, 상대의 페이스에 맞추어 경계심을 허물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만의 언어로 인사를 건네왔다면, 이쪽에서도 같은 언어로 화답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접근법이다.\n\n아카사카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최대한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를 꾸며내었다.\n\n<img src=\"Akasaka_Mamoru__nervous\">\n\"미...\"\n\n그러자, 소녀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n마치,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았다는 듯이.\n\n<img src=\"Furude_Rika__Casual__curious\">\n\"...미이?\"\n\n소녀가 다시 한번, 약간 끝을 올리며 말했다.\n틀렸나? 억양이 달랐나? 아니면 횟수가 부족했나?\n아카사카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식은땀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평소라면 흉악한 범죄자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그였지만, 논리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어린아이의 세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n일단, 물러설 수는 없다. 여기서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 오히려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뿐이다.\n\n아카사카는 헛기침을 삼키며, 다시 한번 아이의 언어에 동참했다.\n\n<img src=\"Akasaka_Mamoru__embarrassed\">\n\"...미...미이...\"\n\n그는 최선을 다했다. 수사관으로서의 체면 같은 것은 도쿄에 두고 온 지 오래였다. \n지금은 그저, 친절하고 무해한 '관광객 청년'으로서 이 소녀와 소통해야만 했다.\n\n그러나.\n\n<img src=\"Furude_Rika__Casual__default\">\n\".............\"\n\n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n그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아카사카를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n\n'……어, 어라?'\n\n아카사카의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감각이 흘러내렸다.\n침묵. 무거운 침묵.\n매미 울음소리만이 무심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소녀의 무표정한 시선이 아카사카의 심장을 찌르고 있었다. \n망했다. 완벽하게 실패했다. \n아카사카의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저 눈빛은 무엇인가. '이 아저씨, 갑자기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눈빛이 아닌가!\n\n자신이 이 마을에 와서 처음으로 마주친 주민에게,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이상한 말을 따라 하는 수상한 외지인'으로 낙인찍힐 위기였다. 변명해야 한다. 어떻게든 상식적인 어른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n\n<img src=\"Akasaka_Mamoru__embarrassed\">\n\"아... 수, 수상한 사람이 아니란다... 나는...\"\n\n아카사카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변명을 시작하려던 찰나였다.\n\n<img src=\"Furude_Rika__Casual__smile\">\n\"니파~~☆\"\n\n소녀의 얼굴에, 방금 전까지의 무표정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환하고 태양 같은 미소가 번졌다. \n그리고 튀어나온, 또 다른 정체불명의 단어.\n\n'……니파?'\n\n아카사카의 사고 회로가 다시 한번 정지했다.\n니파? 니파라니? 방금 전까지는 미이라며? 이번엔 또 무슨 암호인가? \n웃음소리를 의성어로 표현한 건가? 아니면 기분이 좋다는 뜻의 감탄사?\n\n<img src=\"Akasaka_Mamoru__confused\">\n\"니... 니파?\"\n\n아카사카가 멍한 얼굴로 되묻자, 소녀는 더욱 환하게 웃으며 상체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n\n<img src=\"Furude_Rika__Casual__smile\">\n\"니파~~~☆\"\n\n명확했다. \n소녀의 저 눈빛, 저 몸짓. \n이것은 '요구'다. \n아카사카의 뇌리가 번뜩였다. 그렇다, 아이들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으레 이런 식이다. 논리적인 대화보다는, 특정 동작이나 소리를 주고받음으로써 동질감을 확인하는 일종의 의식.\n소녀는 지금, 아카사카에게 자신과 똑같은 대답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n여기서 응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분위기를 망치는 따분하고 무서운 어른이 되고 만다. 관광객으로 위장해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그에게, 마을 아이와의 친밀한 관계 형성은 훌륭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n\n'할 수밖에 없다…!'\n\n아카사카 마모루. 나이 스물여섯. 경시청 공안부 소속 엘리트 수사관.\n그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수사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수치심은 감내해야 한다. \n그는 소녀와 시선을 맞추고, 어색하게 굳어 있던 안면 근육을 최대한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소녀가 했던 것과 똑같이, 밝고 명랑한 톤을 쥐어짜 내어 입을 열었다.\n\n<img src=\"Akasaka_Mamoru__smile\">\n\"니...니파아아...☆\"\n\n……정적이 흘렀다.\n아카사카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억지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허공을 맴돌다 흩어졌다.\n그 순간이었다.\n\n'……아.'\n\n등줄기를 타고 오르던 수치심이 뇌수에 도달하기 직전, 아카사카의 이성이 무언가를 강렬하게 떠올렸다.\n자신은 지금 혼자가 아니었다. \n방금 전까지 도쿄의 아스팔트와는 질적으로 다른 열기 타령을 하며 심각한 고뇌에 빠져 있었지만, 사실 이 버스 정류장에는 처음부터, 이 우스꽝스러운 촌극을 시작하기 전부터 줄곧 곁에 서 있던 존재가 있었다.\n\n'보고…… 있었나……?'\n\n수사관의 이성이, 엘리트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n아카사카의 입술에 걸려 있던 어설픈 '니파'의 잔재가 파르르 떨렸다. \n그는 차마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삼키며 애써 표정을 굳혔다.\n\n<img src=\"Akasaka_Mamoru__serious\">\n\"크흠, 흠!\"\n\n아카사카는 마치 방금 전까지 자신이 냈던 소리가 그저 목에 낀 가래를 뱉어내기 위한 기침이었던 것처럼, 아주 크고 과장된 헛기침을 내뱉었다. \n그리고 뻣뻣하게 굳은 목을 천천히 돌려,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자신의 옆쪽을 힐끗 바라보았다.\n\n<SceanInfo>[Date: 1978/08/04 (Fri)|Time: 14:15|Location: 히나미자와 버스 정류장|Fragment: Himatsubushi|Main Character/Outfit: Rika/Casual]</SceanInfo>\n  {{/if}} \n  {{#if {{equal::{{getvar::finalChoice}}::5_9}}}}\n<SceanInfo>[Date: ????/??/?? (???)|Time: ??:??|Location: ?|Fragment: Himatsubushi|Main Character/Outfit: None]</SceanInfo>\n  {{/if}}\n  {{#if {{equal::{{getvar::finalChoice}}::6_1}}}}\n초여름의 눅눅한 공기가 교실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n점심시간이 막 끝난 직후의 히나미자와 분교 교실은, 아이들의 들뜬 열기와 식후의 나른함이 뒤섞여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낡은 나무 바닥 위로 쏟아지는 오후의 햇살. 칠판 한구석에 대충 적혀 있는 자습 과제. 여기저기서 떠드는 작은 목소리들. \n그것은 이 작은 산골 마을에서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할 정도로 온화한 일상의 한 조각이었다.\n\n우당탕탕! 챙그랑!!\n\n그 평화를 깨뜨린 것은 아주 작은 우연이었다.\n술래잡기를 하듯 교실을 가로질러 뛰어다니던 어린 학생 중 한 명이, 사토코의 책상 모서리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n그 미세한 충격에 책상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던 빈 알루미늄 도시락 통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차가운 금속 마찰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며 빈 도시락 뚜껑이 바닥을 굴러갔다.\n누군가에게는 그저 주워서 먼지를 털어내면 그만일 가벼운 해프닝.\n하지만 호죠 사토코에게는 달랐다. \n\n훌쩍, 흐에에엥...\n\n사토코의 커다란 눈망울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도시락 통을 줍지도 않은 채, 그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억울함과 응석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습관적인, 지극히 습관적인 방어 기제였다.\n\n<img src=\"Houjou_Satoko__Uniform__crying\">\n\"도와줘. 도와줘어... 니-니-!\"\n\n오빠를 찾는 그 처량하고 가냘픈 목소리. \n언제나 자신을 감싸주고, 보호해주고, 모든 책임을 대신 짊어지는 유일한 구원자를 향한 그 맹목적인 호출이 교실의 공기를 가른 순간이었다.\n\n그때였다.\n교실 뒤편에서 그 광경을 차갑게 내려다보던 시온—정확히는 미온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시온—의 눈동자 속에서, 이성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n\n뚝.\n\n그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분명하게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지는 파열음.\n시온의 입가에 머물러 있던 다정한 반장의 미소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칠흑 같은 증오로 물들었다. \n그녀의 시선 끝에는, 자기 손으로 도시락 하나 줍지 못하고 그저 오빠의 등 뒤로 숨으려 드는 '기생충'이 있었다. 그 알량한 어리광 때문에 사랑하는 그 사람이 얼마나 뼈를 깎는 고통을 겪고 있는지, 저 멍청한 꼬마는 아무것도 모른다.\n\n시온의 몸이 튀어 나갔다.\n바람을 가르는 맹수처럼, 아니, 분노에 잡아먹힌 야차(夜叉)처럼.\n\n덥석! 쾅!!!\n\n누군가 비명을 지를 틈조차 없었다. \n시온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사토코의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채를 사정없이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끌어올려, 옆에 있던 교실 벽면을 향해 사토코의 작은 몸뚱이를 짐짝처럼 내동댕이쳤다. \n둔탁한 파열음이 낡은 교실 벽을 울렸다.\n\n<img src=\"Sonozaki_Shion__Uniform__angry\">\n\"...왜 네가 이런 꼴을 당하는지, 이해가 가?\"\n\n얼음장처럼 차갑고, 동시에 지옥 불처럼 끓어오르는 목소리.\n시온이 내려다보는 시선은 이미 인간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벌레. 짓밟아 으깨버려야 할 역겨운 해충을 내려다보는 살의 그 자체였다.\n사토코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폭력에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눈앞에 있는 쾌활한 '미온 씨'가 왜 자신에게 이런 끔찍한 짓을 하는지,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고통에 찬 신음만을 내뱉었다.\n\n<img src=\"Houjou_Satoko__Uniform__crying\">\n\"아...아파... 도와줘... 니-니...\"\n\n퍼억!!!\n\n그 목소리가 시온의 신경을 다시 한번 톱질했다. \n니-니. 니-니. 그 놈의 니-니! \n시온은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다시 한번 사토코의 머리채를 틀어쥐었다. 이번에는 바닥이었다. 사토코의 몸이 허공을 크게 맴돌더니 먼지가 앉은 나무 바닥 위로 처참하게 내던져졌다.\n\n<img src=\"Sonozaki_Shion__Uniform__enraged\">\n\"네가... 그러니까...\"\n\n시온의 시선이 사토코의 책상 위로 향했다. 그곳에 쌓여 있던 두꺼운 교과서 뭉치를 손에 집어 든 시온은, 자비 없이 그것을 사토코의 안면을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n\n퍼억! 촤라락!\n\n날카로운 책의 모서리가 사토코의 연약한 피부를 강타하고, 속지가 찢겨 나가며 죽은 새의 깃털처럼 허공에 흩날렸다. \n아이들의 숨넘어가는 경악 소리가 교실을 채웠지만, 시온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그동안 겹겹이 억눌러왔던 증오의 활화산이 무자비하게 터져 나왔다.\n\n\"울고 싶으면 울면 돼! 하지만 울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왜 울어?! 울면 누군가가 도와주니까?! 그 도와주는 사람이 너 대신에 얼마나 상처받을지는 상상도 못하잖아!\"\n\n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였다. \n사토시의 피폐해진 얼굴. 매일매일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에 짓눌려 사라질 것만 같았던 그의 처절한 미소. 그 모든 원흉이 지금 바닥에 나뒹굴며 꼴사납게 울고 있는 저 덩어리 때문이었다.\n\n\"알고있어? 네 죄를? 너같은 건 없는게 나아! 괴로우면 죽어! 좌절하다가 멋대로 죽어버리면 그만이야! 사토시 군까지 괴롭히지마! 혼자서 괴로워하고 혼자서 멋대로 죽으라고!\"\n\n시온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높아졌다. 그것은 저주였다. 영혼의 밑바닥에서부터 긁어 올린, 순도 100퍼센트의 살의.\n\n\"너 따위는 죽어버려어어어!!!\"\n\n<img src=\"Houjou_Satoko__Uniform__crying\">\n\"와아아아아아앙! 니-니! 니-니-!!!\"\n\n사토코의 입에서는 이제 말의 형태를 잃은 원초적인 비명과 울음만이 터져 나왔다. 아픔과 공포, 그리고 영문 모를 폭력 앞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악이었다. 하지만 그 발악마저도 시온에게는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n\n<img src=\"Sonozaki_Shion__Uniform__enraged\">\n\"어리광 부리지 말라고! 너만 없었으면... 너만 없었으면!\"\n\n퍽! 퍽! 촤아악!\n\n노트. 필통.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되어 사토코를 덮쳤다. 교과서가 날아갈 때마다 사토코의 몸이 움찔거렸고, 찢어진 종잇조각들이 참혹한 폭력의 현장을 장식하듯 바닥에 흩뿌려졌다.\n숨 막히는 학살의 현장. 누구도 감히 끼어들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던 그 끔찍한 공포의 공간으로, 조그마한 그림자 하나가 망설임 없이 파고들었다.\n\n스윽.\n\n후루데 리카였다.\n리카는 무차별적인 폭격이 쏟아지는 바닥으로 몸을 숙여, 자신의 작은 몸으로 사토코를 빈틈없이 감싸 안았다. 쏟아지는 교과서의 세례를 등과 어깨로 막아내며, 리카는 무감각할 정도로 차분하고 평탄한 눈동자를 들어 시온을 올려다보았다.\n\n<img src=\"Furude_Rika__Uniform__serious\">\n\"사토코를 괴롭히지마세요. 사토코는 불쌍합니다. 괴롭혀선 안되는거예요...\"\n\n그 평온한 목소리는 기괴하게 치솟아 있던 교실의 온도를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n그러나 시온의 광기는 그 정도의 이성으로 식힐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뒤집혀 있었고, 숨결은 거칠었다.\n\n<img src=\"Sonozaki_Shion__Uniform__enraged\">\n\"불쌍하면 뭘 해도 용서받는다고 생각해? 응석 받아주지마! 이 녀석이 계속 어리광을 부려서.. 사토시 군이 괴로운 거라고!\"\n\n시온은 리카의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n그리고 그녀의 손이 향한 곳은, 쇠파이프 다리가 달린 무거운 학생용 의자였다. 가느다란 여학생의 팔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악력으로, 시온은 그 묵직한 의자를 허공으로 번쩍 치켜들었다.\n\n끼기기긱-!\n\n\"나는 말야, 끝까지 응석부리는 사토코의 마음가짐을 교육시켜주는거야! 방해하면 네 머리부터 박살낸다?!\"\n\n무자비한 살인 예고. \n머리 위로 치켜들어진 금속과 나무의 흉기가 햇빛을 받아 섬뜩하게 번뜩였다. \n리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조용히 감고, 자신의 밑에서 벌벌 떠는 사토코를 조금 더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 다가올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겠다는 굳건한 결의였다.\n의자가 공기를 가르며 끔찍한 파열음을 내기 직전이었다.\n\n우당탕탕탕쾅!!!\n\n교실 뒷문이 부서져라 열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 하나가 총알처럼 튀어 들어왔다.\n아니, 그것은 짐승의 쇄도였다. \n누군가를 부르거나 제지할 틈도 없었다. 난입한 그림자는 곧장 시온의 허리를 짐승처럼 들이받았고, 그대로 밀고 나아가 교실 벽면의 낡은 철제 사물함에 그녀의 몸을 거칠게 짓이겨버렸다.\n\n콰아아앙!!\n\n철판이 무참하게 우그러지는 굉음이 교실을 뒤흔들었다. \n치켜들었던 의자가 바닥에 뒹굴었고, 충격에 숨을 헐떡이는 시온의 멱살을 틀어쥔 것은... 분노로 두 눈이 핏발선 호죠 사토시였다. \n\n<img src=\"Houjou_Satoshi__angry\">\n\"어째서야... 도대체... 어째서 사토코가...\"\n\n사토시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강렬한 분노와 참담함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피를 토할 것 같은 쇳소리였다. 그의 시선은 사물함에 처박힌 시온과, 바닥에 웅크려 덜덜 떠는 사토코를 번갈아 향했다.\n\n<img src=\"Houjou_Satoko__Uniform__crying\">\n\"나 있지? 아무것도 안했는데... 미온 씨가!\"\n\n사토코의 오열 섞인 변명. \n그 말을 들은 사토시의 이성이 완벽하게 증발했다. 평소의 부드럽고 다정했던 사토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시온의 교복 멱살을 찢어질 듯이 꽉 틀어쥐며 포효했다.\n\n<img src=\"Houjou_Satoshi__angry\">\n\"사토코가 뭘 했어?! 우리가 뭘 했어?! 왜 항상 괴롭힘을 당해야 하냐고! 어?! 어째서냐고!\"\n\n그것은 눈앞의 폭력에 대한 항거가 아니었다. \n호죠 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을 전체로부터 받아온 끝없는 멸시, 핍박, 그리고 그 모든 짐을 홀로 감내해야 했던 소년의 곪아 터진 상처가 피고름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n하지만 사물함에 짓눌린 채 목이 졸려가면서도, 시온의 얼굴에는 기괴할 정도의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뱀처럼 속삭였다.\n\n<img src=\"Sonozaki_Shion__Uniform__angry\">\n\"사토시 군도 인정하잖아? 사토코가 계속 의지하니까, 사토시 군에게 무거운 짐이 되잖아?! 사토코가 좀 더 똑바로 행동했으면, 사토시 군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거야!\"\n\n자신이야말로 너의 유일한 이해자라는, 그 끔찍하고도 뒤틀린 자만심. \n사토시의 눈동자가 고통과 분노로 미친 듯이 요동쳤다.\n\n<img src=\"Houjou_Satoshi__angry\">\n\"이... 이자식...! 되는 대로 지껄이지마!\"\n\n짜아악!!\n\n사토시의 손이 시온의 멱살을 놓고, 그녀의 긴 머리채를 잔인하게 휘어잡았다. \n\n<img src=\"Sonozaki_Shion__Uniform__angry\">\n\"아팟...아파아파아파...\"\n\n시온의 입에서 처음으로 고통에 찬 비명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사토시는 멈추지 않았다. 머리채를 잡힌 시온의 몸이 허공을 휘청거리다, 다시 한번 찌그러진 사물함의 틈바구니로 가차 없이 내동댕이쳐졌다.\n\n쾅!!! 철퍼덕!\n\n관절이 비명을 지르고 뼈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바닥에 쓰러진 시온의 모습은 처참했다.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었고, 교복은 더러워졌으며, 숨소리는 거칠었다. \n그러나 시온은 기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핏발 선 눈으로 사토시를 쏘아보며 악귀처럼 말을 이었다.\n\n\"사토시 군도... 사토코의 응석을 너무 받아주고 있어!\"\n\n그 한마디가 사토시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이성의 제방을 완전히 박살 냈다.\n사토시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그의 목에 핏대가 섰고, 두 주먹은 살갗이 찢어질 정도로 꽉 쥐어져 있었다.\n\n<img src=\"Houjou_Satoshi__angry\">\n\"네가 우리들에 대해 뭘 알아! 뭘 안다고 그래?! 아버지랑 어머니를 마을 전체가 몰아붙이고... 실컷 괴롭히고! 그리고 이번엔 우리들이야?! 그게 소노자키가의 방식이지?! 언제까지고 마을의 배반자를 괴롭히는거!\"\n\n\"그렇게 즐겁냐!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게 그렇게 즐겁냐고! 어?!\"\n\n사토시의 절규는 교실의 공기를 넘어 히나미자와 전체를 향한 피맺힌 원망이었다. \n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너무나도 무겁고 참혹한 진실의 무게감. \n교실 안의 모두가 숨을 죽이고 이 지옥 같은 연극에 압도되어 있을 때였다.\n이 숨 막히는 증오의 연쇄를 견디다 못한 한 소녀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이 울려 퍼졌다.\n\n<img src=\"Ryuuguu_Rena__Uniform__angry\">\n\"이제 그만해!!\"\n\n레나였다. \n항상 부드럽게 웃던 레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두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더 이상의 폭력과 혐오를 견딜 수 없다는 영혼의 발악과도 같은 외침이었다.\n하지만 그 외침 하나로 이미 폭주해버린 두 사람의 광기를 완전히 멈출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숨 막히는 침묵과 여전한 살기가 교실을 짓누르는 가운데, 레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고개를 돌렸다. \n\n그녀의 절박한 시선이 허공을 갈라, 이 끔찍한 교실의 참상을 지켜보고 있는 단 한 명의 존재에게로 향했다.\n제발 누군가 이 톱니바퀴를 멈춰달라는 듯한, 추가적인 중재를 애타게 갈구하는 눈빛이었다.\n\n<SceanInfo>[Date:1982/06/11 (Fri)|Time: 13:15|Location: 히나미자와 분교 교실|Fragment: Meakashi|Main Character/Outfit: Shion/Uniform, Satoko/Uniform, Rika/Uniform, Rena/Uniform]</SceanInfo>\n  {{/if}} \n  {{#if {{equal::{{getvar::finalChoice}}::6_2}}}}\n오뉴월의 끈적한 더위조차 차마 넘어오지 못하는 낡고 거대한 저택. 소노자키 본가의 넓은 다다미방에는, 마치 공기 자체가 납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숨 막히는 압박감이 짓누르고 있었다.\n\n상좌에 자리한 소노자키 가문의 절대적인 당주, 오료. 그 양옆으로 도열한 아카네와 친족들. 그리고 차기 당주의 위치에 앉아있는 미온까지. 방 안을 채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오직 방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있는 단 한 명의 소녀, 시온에게 꽂혀 있었다. \n\n호흡하는 것조차 죄악으로 느껴지는 지독한 정적. 조금 전까지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며 내리꽂히던 오료의 호통이 끝났음에도, 서슬 퍼런 살기는 사라지기는커면 보이지 않는 밧줄이 되어 시온의 목을 옥죄고 있었다. 히나미자와의 금기를 어긴 자. 가문의 체면을 짓밟고, 적대 가문인 '호죠'의 피를 이은 자와 접촉한 배신자. \n\n그 숨 막히는 죄목들이 시온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 압도적인 가문의 폭력 앞에 엎드려 눈물로 용서를 빌어야 마땅할 상황이었다. \n\n스르륵\n\n하지만, 시온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서서히 들어 올렸을 때. \n그 눈동자에 깃든 것은 두려움이나 반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갑게 타오르는, 통제 불가능한 맹렬한 분노의 불꽃이었다. \n\n<img src=\"Sonozaki_Shion__Casual__angry\">\n\"마귀할멈,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잠자코 듣고 있자니 멋대로 실컷 말하고.\"\n\n순간, 다다미방의 공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n방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호흡이 멎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소노자키 가문의 상징이자 살아있는 권력 그 자체인 당주를 향해, 새파랗게 어린 손녀가 내뱉은 첫 마디는 감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불경한 욕설이었다. 천 년을 이어온 가문의 규율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날 것의 적의 앞에 속수무책으로 뺨을 얻어맞은 것이다.\n\n그 절대적인 금기를 깨부순 오만함에, 오료의 이마에 핏대가 굵게 솟아올랐다.\n\n<img src=\"Sonozaki_Oryo__enraged\">\n\"아앙?! 뭐야 그 말투는!!\"\n\n당주의 격노가 천둥처럼 방 안을 뒤흔들었다. 창호지가 파르르 떨리고, 곁에 앉은 어른들조차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움츠릴 만큼 끔찍한 위압감이었다. 히나미자와에서 오료의 분노는 곧 자연재해이자 피할 수 없는 죽음과도 같았다. \n\n하지만 시온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이빨을 드러낸 한 마리 야수처럼 몸을 앞으로 내밀며 오료의 분노를 정면으로 받아쳤다.\n\n<img src=\"Sonozaki_Shion__Casual__enraged\">\n\"시끄러워! 끝까지 들으라고! 마귀할멈!\"\n\n그것은 발악이었다. 더 이상 가문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얌전한 인형으로 살아가지 않겠다는,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 시온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계산도, 타협도 남아있지 않았다.\n\n\"대체 당신이 사토시 군의 뭘 알아? 사토시 군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그를 해충처럼 말하고! 그가 호죠라서 안된다고?\"\n\n시온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비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진작부터 이 썩어빠진 마을의 룰을 역겨워하고 있었다. 댐 전쟁이 끝난 지가 언젠데, 대체 언제까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죄 없는 소년을 핍박해야 한단 말인가. 사토시가 지은 죄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저 '호죠'라는 성을 달고 태어난 것,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멸시받고 짓밟혀야 하는 이 마을의 광기를 시온은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n\n<img src=\"Sonozaki_Shion__Casual__smirk\">\n\"바보 같아! 시대 착오도 지나쳐! 소노자키가의 내가 호죠가의 사토시 군과 함께 있었던 게 그렇게나 불쾌해?! 하찮아, 하찮아. 바보 같아!\"\n\n시온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번졌다. 그것은 명백한 조롱이었다. 가문의 당주 앞에서, 수많은 친족들의 서늘한 살기 앞에서, 그녀는 자신을 얽어매려 하는 이 거대한 전통을 '하찮은 것'이라며 발 밑의 먼지처럼 취급했다. \n\n그녀의 눈에는 이 다다미방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해대는 어른들이 그저 우스꽝스러운 인형극의 광대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문의 긍지? 피의 맹세? 그런 낡아빠진 것들이, 사토시 군의 상냥한 미소 하나보다 가치 있을 리가 없었다.\n\n<img src=\"Sonozaki_Shion__Casual__laughing\">\n\"이런 싸구려 로미오와 줄리엣을 내가 체험하게 되다니 생각도 못 했네!\"\n\n시온은 과장되게 어깨를 들썩이며 실소를 터뜨렸다. 아아, 얼마나 우스운가. 서로 사랑하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그들을 떼어놓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원수 집안의 어른들. 삼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얄팍하고 구역질 나는 희극이, 바로 지금 자신이 숨 쉬고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n\n\"아하하하! 확실히 난 내가 소노자키라든가. 사토시 군이 호죠가라든가. 그런 데엔 아무런 흥미도 없고, 소노자키가의 면목이니, 세상에 대한 체면이니, 어떻게 되든 전혀 관심 없어요!\"\n\n웃음기 섞인 목소리였지만, 그 내용은 가문의 심장에 직격으로 칼을 꽂아 넣는 선전포고였다. 소노자키의 긍지를 버리겠다. 피의 결속을 부정하겠다. 히나미자와라는 거대한 거미줄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겠다는 파멸의 선언. \n\n시온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방 안의 공기는 이미 살기를 넘어선, 끈적하고 기괴한 침묵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온의 머릿속에는 오직 사토시의 얼굴만이 가득했다. 그의 굽은 등, 서글픈 눈동자, 자신을 구해주었던 그 다정한 온기. 그 모든 것을 떠올리는 순간, 시온의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응어리가 왈칵 치밀어 올랐다.\n\n그녀의 눈동자에 맺혀 있던 조소가 스르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누구보다 순수하고 절박한 진심이 자리 잡았다.\n\n<img src=\"Sonozaki_Shion__Casual__determined\">\n\"그래요, 인정해요. 인정합니다. 저는 호죠 사토시 군을 좋아합니다. 그를 너무 좋아해요! 그러면 안돼?!\"\n\n토해내듯 던져진 그 한마디는, 시온의 모든 것이었다. 변명하지 않았다.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이 끔찍한 심문장 한가운데서 자신의 사랑을 외쳤다. 자신의 목숨보다 그 감정이 더 소중했기에. \n\n\"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데, 뭔가 이유가 필요해?!\"\n\n티 없이 맑고,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 \n하지만 이 '히나미자와'라는 저주받은 늪에서, 그 순수한 외침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이명에 불과했다. \n\n스윽\n\n오료의 뒤편에 늘어선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일었다. 시온의 친모인 아카네를 포함한 친족들의 시선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n\n<img src=\"Sonozaki_Akane__serious\">\n\n아카네의 고개가 아주 작게 가로저어졌다. 그것은 슬픔도, 동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냉혹한 현실 앞에서의 체념이자, 선긋기였다. 방금 전 시온이 내뱉은 그 한마디. '호죠 사토시를 너무 좋아한다'는 그 돌이킬 수 없는 선언은, 이 방 안에 있는 그 누구도 더 이상 시온을 변호해 줄 명분을 잃게 만들었다. 스스로 사형대의 올가미에 목을 집어넣고 발판을 걷어차 버린 꼴이었다. 친족들은 그 끔찍한 자살 행위를 보며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시온이라는 존재를 깨끗이 '지워내고' 있었다.\n\n그러나 자신의 말이 불러온 참혹한 결말을 깨닫지 못한 채, 시온은 여전히 기죽지 않은 채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n\n<img src=\"Sonozaki_Shion__Casual__enraged\">\n\n\"뒤의 당신들도 듣고 있지?!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하고있어?! 당신들도 사토시 군에 대해 알아보면, 그가 얼마나 멋진 남자고 왜 내가 좋아하는지 금방 알게 될 거야!! 그런데,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도 하지않고 일방적으로...\"\n\n시온은 필사적으로 허공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단 한 명이라도 좋았다. 이 답답하고 꽉 막힌 어른들 중 누군가 한 명쯤은, 사토시라는 인간 그 자체를 똑바로 바라봐 주기를 바랐다. 그가 얼마나 다정하고 훌륭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면, 이 말도 안 되는 원한 같은 건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n\n그때였다.\n\n탁\n\n무겁게 내려앉은 공기를 가르고, 한쪽 팔이 허공으로 치켜들어졌다.\n시온과 똑같은 얼굴을 한, 그러나 전혀 다른 무게감을 지닌 소녀. 차기 당주로서 이 자리에 앉아있던 미온이었다. \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serious\">\n\n\"......이제 됐습니다. 시온.\"\n\n미온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차갑고 단호했다. 평소의 쾌활하고 호탕한 쌍둥이 언니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은 철저하게, 이 가문을 이끌어갈 '차기 당주'로서 내리는 서늘한 심판의 선고였다.\n\n\"시온의 각오는 잘 알았어...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해버리면, 이제 누구도 시온을 감싸줄 수 없어. 시온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어.\"\n\n미온의 눈동자에는 짙은 비애가 깔려 있었지만, 그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시온을 꿰뚫고 있었다. 스스로 모든 도망칠 길을 불태워버린 동생. 아무리 피를 나눈 자매라 할지라도, 가문의 법도 앞에서 당당히 반기를 든 자를 더 이상 구명할 방법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시온은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른 채 낭만적인 비극의 주인공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n\n하지만 시온의 분노는 그런 이성적인 경고마저 가볍게 튕겨냈다.\n\n<img src=\"Sonozaki_Shion__Casual__annoyed\">\"여기에 돌아오고 나서 너하곤 도무지 이런 이야기가 서로 안 맞네.  그래서 뭐? 나는 그런건 전혀 상관없...\"\n\n<img src=\"Sonozaki_Mion__Uniform__angry\">\n\"조용히 들어!\"\n\n미온의 날 선 일갈이 시온의 말을 난폭하게 끊어냈다. 제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낭떠러지로 질주하는 동생의 멱살을 거칠게 휘어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듯한, 절박하고도 폭력적인 충돌이었다. \n\n미온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시더니, 이 방 안에서 시온만이 유일하게 보지 못하고 있는 그 끔찍하고도 명백한 진실을 잔혹하게 꺼내놓았다. \n\n\"시온은 오늘까지 오키노미야에서 생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신세를 졌어? 카사이 씨도 벌써 감옥에 있음은 물론이고...\"\n\n그 순간, 시온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n카사이. 자신의 투정을 묵묵히 받아주고, 그림자처럼 지켜주었던 그 듬직한 사내. 시온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호죠 사토시를 지키겠다고 멋대로 날뛰는 동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시온 한 사람이 아니었다. \n\n히나미자와의 '책임'이란 그런 것이었다. \n한 사람의 반항은 그 개인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녀를 돕고, 그녀를 눈감아주고, 그녀에게 동조했던 모든 사람들의 목을 한 줄로 엮어 단두대 위로 끌어올리는 연좌제. 시온이 사토시를 향해 외쳤던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고백은, 역설적으로 시온을 아끼던 주변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는 사형 선고표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n\n말을 마친 미온의 시선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공을 가르며 이동했다.\n시온을 향해 있던 그 무겁고 서글픈 눈동자는 이내 방 한구석, 침묵 속에서 이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이쪽을 향해 소리 없이 멎었다. \n\n그 시선은 책망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저 시온이 저지른 이 어리석은 돌발 행동이, 어떻게 이 공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생명마저 벼랑 끝으로 등 떠밀고 있는지를 침통하게 보여주는 무언의 확인이었다.\n\n<img src=\"Sonozaki_Shion__Casual__surprised\">\n\n미온의 시선을 따라, 시온의 고개가 기계처럼 뻣뻣하게 돌아갔다.\n이쪽과 시선이 얽히는 그 찰나의 순간. \n\n조금 전까지 오료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며 사랑을 부르짖던 시온의 얼굴에서 핏기가 거짓말처럼 싹 가셨다. 맹렬하게 타오르던 분노의 불꽃이 차갑게 식어 내리고, 그 자리에 밀려든 것은 숨조차 쉴 수 없는 끔찍한 절망과 자책이었다. \n\n동공이 속절없이 요동쳤다. \n'나의 말이, 나의 감정이, 결국 당신마저…….' \n\n비로소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자신의 알량한 영웅심리가 어떤 파멸을 불러왔는지 뼛속 깊이 깨달은 시온의 얼굴에는, 돌이킬 수 없는 아차 하는 기색이 참혹할 만큼 선명하게 달라붙어 있었다.\n\n<SceanInfo>[Date: 1982/06/22 (Tue)|Time: 14:00|Location: 히나미자와 소노자키 본가 대합실|Fragment: Meakashi|Main Character/Outfit: Shion/Casual, Mion/Uniform]</SceanInfo>\n  {{/if}} \n  {{#if {{equal::{{getvar::finalChoice}}::6_9}}}}\n<SceanInfo>[Da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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